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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환 목사(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워싱턴 중앙일보 19일자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에 살고 있는 50대 이 모 씨가 미주 교계에 널리 알려진 한 선교회의 공금 70만 달러를 횡령한 혐의를 받아 조사 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보도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 선교회의 재무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체크를 발행하는 수법으로 공금을 횡령했다고 한다. 그는 값 비싸기로 유명한 포르셰 SUV 차를 몰고 다니는 등 풍족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들어났다. 이 선교회에 돈을 대주는 미주 후원 교회만도 300여 교회라고 한다. 안 먹고 덜 쓰고 그래도 선교한다니까 믿고 맡긴 돈인데 그 많은 돈을 횡령했다면 아아! 이렇게 배신을 때려도 된단 말인가? 그의 파렴치함도 그렇지만 성금이 물 새듯 빠져나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눈 뜬 장님 꼴이 되어 버린 이 선교회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다. 그들이 선교사를 훈련하겠다느니 선교의 비전이 어쩌고 떠들고 다니던 소리가 모두 황당한 잠꼬대로 느껴지지 않는가?
여기 LA 한인 타운에만도 수십여 개의 선교단체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대개 해외 구제 사역을 선교 목적으로 삼아 아프리카의 병든 아이들이나 남미, 동남 아시아 지역 빈민촌 사진을 찍어가지고 다니면서 우리가 저들을 살려야 된다고 외치고 있다. 유명 탈렌트들이 홍보대사가 되어 TV 광고를 통해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소리를 들으면 누군들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까? 우리에겐 예수님이 심어주신 이웃을 불쌍히 여기는 긍휼의 마음이 마르지 않았기에 형편이 허락하는 한 그저 나누고 베푸는 일이라면 다른 인종에게 지지 않는 천사의 민족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들 선교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선교헌금을 거두어 도대체 어디 어떻게 쓰고 있다는 재정 보고를 얼마나 정직하게 하고 있는가? 돈을 달라고 할 때의 공손함과 받고 나서의 무관심한 태도를 보면 저래도 되나 걱정이 들 때도 있다. 어느 선교회의 대표는 TV에 나와서 자신들의 미션은 역사도 최고, 신뢰도 최고, 모금액도 최고, 모든 게 최고이니 자신들을 믿고 성금을 기부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 왜 그들조차도 최고의 재정보고는 외면하고 있는가? 그렇게 최고만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어떻게 지구촌 최저의 사람들을 섬겨야 된다고 우기고 있는지 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해외 선교비라고 받아서 포르셰를 몰고 다니며 재벌 2세 행세를 하고 다니는지 올랜도에 별장을 짓고 가족들과 요트를 타며 호화생활을 누리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선교비는 엄청 모아서 자기네는 부유층 월급을 받아 잘 먹고 잘 살면서 정작 고통의 현장에 전달되는 구제금은 쥐꼬리 만큼이라면 수많은 익명의 구제헌금 전달자들이 얼마나 실망할까? 그러므로 걷어가는 일에만 열심을 내지 말고 그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도 진실하게 밝혀야 신뢰할 수 있는 선교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돈 한 푼이라도 어디 잘못 쓰여 질까봐 아끼고 아껴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는 눈물겹도록 성실한 선교회도 많이 있긴 하다. 도매금으로 모든 선교회가 의심스럽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번 기회에 미주 한인 교계에 널리 퍼져있는 그 수많은 해외 긍휼 선교단체의 재정 보고를 요구해야 한다. 이웃을 돕는 일이라면 우리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떠 올린다. 그러나 비도덕적인 선교단체에까지 이 말씀을 적용할 수는 없다. 돈 좀 냈다고 세상에 광고하고 다니면서 ‘자기 의’를 자랑하지 말라는 뜻에서 주신 말씀이지 결코 가난과 고통의 현장에 전달되어야 할 돈을 꿀꺽꿀꺽 혼자 집어 삼키고 있는 자들의 불노소득을 덮어주라는 말씀은 아닐 것이다.
이제 재정 보고는 뒷전으로 밀어내고 숨 넘어갈듯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그냥 방관할 수 없다고 뛰어다니는 자들의 소란함에 경계심을 내비칠 때가 되었다. 미국 본사에서 다 알아서 한다고 말을 흐려도 슬쩍 넘어가지 말자. 적어도 1년에 한번쯤 미주 한인교계를 통해 조성되는 기부금이 얼마였고 얼마가 운영비, 얼마가 사역현장에 쓰였다는 기본적인 재정공개가 무슨 엄청난 고등수학을 필요로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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