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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환 목사(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미주 지역엔 수많은 문인협회가 있다. 크리스천들끼리 만든 문협도 있다. 최근 LA가 본거지인 모 크리스천 문인단체에서는 신인작품 당선작 발표회 및 등단식을 갖고 무더기로 새내기 문인들을 탄생시켰다. 이렇게 국수 가락 뽑듯이 문인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도 되는 것일까 걱정이 되는 마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게 문인 바겐세일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문인협회란 예술인 집단의 일을 두고 시장용어인 바겐세일이라니? 무엄하지 아니한가? 그렇게 나물랄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필자의 눈으론 바겐세일이 분명한 것 같다.
그 문인단체에서 장려상을 받았다는 위스컨신 사는 후배 목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필부문상패와 30달러짜리 상품권 한 장을 보내오더니 한주일 후엔 300달러를 보내라는 고지서가 날라 왔다는 것이다. 문예지 발간에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돈이 있어야 문집 출간도 가능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렇다고 무더기로 문인을 팔아 결국 그들에게서 돈을 챙기려는 행위를 약간 과장하여 문인 바겐세일이라 해서 틀린 말인가? 교계에 교단이 있듯이 문단이라면 문인을 양성하고 그 자격을 공정하게 심사하며 그들에게 발표의 통로를 열어주어야 문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주 지역에 그런 문단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냥 글공부 협회, 문예교실, 그런 말이 타당할 것 같은데도 구지 등단했다고 소개한다면 어디 문단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럼 공모가 끝나 상을 주고 문단에 데뷔시켰다면 적어도 심사한 분들의 면모는 떳떳하게 소개해야 한다. 그래야 문단 흉내라도 낼 수 있거늘 덮어놓고 우리가 뽑았으니 이제 당신들은 이름 앞에 시인, 수필가, 소설가라고 소리쳐도 무방하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그 문인들의 자질을 객관적으로 인정하란 말인가? 그냥 듣기 좋게 이 미주 바닥을 온통 시인 공화국이나 전 교포의 문인화를 추구하겠다는 야심이라도 갖고 있다는 것인가? 더욱 한심스러운 일은 몇 십 불 회비만 내면 회원으로 받아줌은 물론이요 문인행세를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광고를 하고 다닌다고 한다.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들에게는 특별 가격(?)으로 모두 등단시켜 주겠다고 했다던가? 문학하는 분들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왜 우리는 톨스토이나 빅토르 위고를 존경하는가? 아직도 박목월이나 박두진, 황순원이나 김춘수의 문학에 감동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문학을 통하여 그들이 추구하려 했던 진선미에 접근하기 위해 스스로 그렇게 살아온 진지하고 고결했던 삶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문학적 천재성만 있다고 해서 인생을 형편없게 살아가는 사람을 우리는 결코 훌륭한 문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돈이 정결하게 오고가지 못하면 불결한 냄새를 피우기 마련이다. 30불, 300불이 문제가 아니다. 문학이 명예를 팔고 사는 장사 수단처럼 저질스럽게 활용된다면 순수하게 문학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에 얼마나 큰 절망이 되겠는가? 미주 문인들이여, 문인이 되기 전에 인격부터 다듬으시라. 글 쓰는 사람들끼리 질투하고 시기하고 표절하고 갈라져 반목하기 전에 정녕 머리 숙여 다가가고 싶은 맑고 순수한 인격자가 되시라. 글을 쓰기 전에 좀 더 깊은 고독을 연습하시라. 그래야 그 드높은 문학적 영감으로 나 같은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주지 않겠는가? 그런 산고를 거쳐 나온 작품들이라면 줄줄이 시집이 나와도 출판공해라고 비판받지 않을 것이다. 유행가 가사 수준도 못 미치는 멜랑콜리 낙서 모음이라고 비아냥대지도 않을 것이다. 예수를 가슴에 품고 문학하는 크리스천 문인들이라면 더욱 행동거지에서 먼저 예수가 묻어나게 하시라. 문인 바겐세일이나 하러 다니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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