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회 읽기)6 X 1
2026/10/23 23:12 입력  |  조회수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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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

 

 룰라가 기회를 잡았다. 플라비우에게 선거 판을 내어 주었나 싶었는데 노동시간 단축 법안이 통과되었다. 하원과 상원에서 별 저항 없이 압도적 찬성이다. 정황상 좌파나 우파나 중도나 모두 반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임박한 선거에 노동자들의 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3% 뒤진 룰라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흥미롭다. 개정된 법안은 임금은 고정시키고 노동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고 토요일에 일하는 것을 제한했다. 1943년 바르가스 대통령은 노동법을 개선했고 하루 8시간 주 48시간으로 정했다. 1988년에는 주 44시간으로 줄이며 토요일에 4시간 일하는 ‘6 X 1’ 근무제가 자리 잡았다. 40년이 지나 노동자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고용주 입장에서 당장 모든 일을 금요일까지 메꿔야 하고 노동자 입장에서도 토요일에 쉬기 때문에 근무가 가중될 수 있다. 인건비 상승도 예상되고 생산성과 지속성이 유지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회 전반에 자리잡기까지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정부, 기업, 시장, 고용주, 노동자 모두 대비를 해야 한다. 

 브라질은 근로자라는 말보다 노동자라는 말이 어울린다. 자기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자본가와 고용주와 대등한 인격적 위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고용주에게 종속되어 있지만 사회 분위기는 노동자가 주체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한다. 특히 중도좌파 정부가 20년 이상 집권하면서 노동자와 조합은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권리를 얻어왔다. 공식, 비공식 1억 8천만명의 거대한 노동인력은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할 수 없고 1시간 식사가 보장된다. 유급 연차와 보너스 그리고 13번째 월급도 권리다. 개인이지만 법인 자격으로 일하는 PJ(Pessoa Jurídica)는 증가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사회적, 법적, 신체적 권리를 요구하고 자본과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고자 방어하고 있다. 원자재와 농업이 압도적으로 강한 브라질 경제는 땅의 생산이 머리를 쓰는 교육과 기술의 산업을 압도한다. 그래서 앞으로 최소 몇 십년 동안은 첨단 기술과 AI가 생산과 서비스 산업을 침범하지 못하고 노동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주말을 담당하는 교회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금요일 저녁부터 주일 저녁까지 교회에게는 도전이자 기회다. 노동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피로가 연속 6일 근무 시절과 어떻게 다를지 고려해야 한다. 교회 직원도 노동자이기 때문에 일정의 조정이 필요하다. 성도들에게 일과 쉼의 조화를 신앙생활에 녹여내는 것도 숙제다. 번아웃,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에 공감하고 회복시켜 줄 프로그램 개발과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요구된다. 주일 중심의 전통적인 예배 형태는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되는 성도들의 여가 시간으로 예배 시간의 유연한 변화도 예상된다. 일과 노동은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설계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이자 소명이다. 브라질 교회도 잘 쉬고 잘 일하는 일터신학(Teologia do Trabalho)의 설교와 담론이 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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