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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낚시를 좋아한다. 친구하고 가끔 낚시를 가는데 요새는 그 친구가 골프에 미치고 말았다. 낚시는 쌍놈이 하는 것이고 골프는 양반이 하는 운동이라고 놀리면서 골프하자고 자꾸 꼬셔대는 것이다. 골프 연습을 몇 번 해보았지만 아직은 낚시를 더 좋아한다. 낚시 좋아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 엘에이 지역은 일 년 내내 낚시를 할 수 있다. 바다에 서도 낚시하고 호수에도 낚시를 한다. 롬폭은 한국인들이 잘 찾는 도미 낚시터인데 긴 낚싯대에 엔쵸비나, 고등어, 샌드 크랩을 미끼로 해서 모래사장 저 멀리 던져 놓으면 영락없이 큼직한 도미가 걸려든다. 모래사장에서 태평양을 바라보며 낚시 하다가 큼직한 도미를 끌어올리는 그 맛은 낚시하는 사람들만의 재미인 것이다. 구경하는 사람들도 신이 난다.
그런데 여자가 낚시에 미치면 남자보다 더한 것을 보았다. 어느 날 여러 사람들이 낚시를 갔는데 그 한인 구릅에서는 그 여자가 왕이었다. 여자가 하라는 대로 다 따라했다.그 남편은 미끼를 끼워주고 여자가 잡은 고기 낚시 바늘을 빼내고 통에 널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용감하게 바다에 들어서서 낚시하는데 파도가 세게 치더니 여자의 고무줄로 된 옷을 벗겨 버렸다. 사람들이 다 보고 있었는데 마침 그때 큰 도미가 물었다. 그 여자는 옷 올릴 생각 안 하고 도미 낚는 일에 정신 팔렸다. 남편이 가더니 아내 옷을 올려주었다. 벗은 하체를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보다는 도미를 끌어올리는 것이 더 시급했다. 큰놈을 끌어 올렸는데 그것이 바다를 향해서 다행이었지 육지 쪽을 향해 그랬다면 얼마나 난처했을까.
적어도 그 날 낚시하는 사람들은 한 50여명이 넘었다. 거의 다 한인들이었다. 그런 해프닝도 있었다. 그때 ‘아, 여자가 낚시에 미치면 옷 벗은 것도 상관 않는구나’ 생각했다.
호수나 크릭으로 가면 트라우트(송어), 배스(농어), 메기 등이 잘 잡힌다. 엘에이 주위에는 어떤 호수든지 고기가 잡히고 또 공휴일에는 고기를 대형차로 실어다가 호수나 냇가에 퍼붓는다. 그것을 스탁이라고 하는데 고기를 방류하는 것이다. 이것을 신문에도 보도하고 방송에도 나오고 인터넷에도 올린다. 그러면 낚시꾼들은 여지없이 그 장소에 모여든다. 그런데 송어는 참으로 스마트한 고기라서 쉽게 낚지 못한다. 2파운드나 4파운드의 아주 가는 낚싯줄에, 낚시도 붕어낚싯대처럼 가늘고 여린 송어낚시를 써야 한다. 미끼는 파워 베이트나 연어 알, 지렁이 등을 쓴다. 요세미티 동쪽에는 395번 하이웨이가 있는데 그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비숍 레이크가 나온다. 거기에는 두 개의 호수가 있어서 캠프도 할 수 있고 크릭이 있어서 낚시하기에도 참 좋은 곳이다. 낚시뿐만 아니라 경치가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에 정말 세상만사 다 잊어버리고 그 아름다움에 취하여 낚시를 한다. 저녁에는 캠프 그라운드에서 금방 잡은 고기로 매운탕을 해 먹고 밤에는 모닥불을 피워 놓고 커피를 마시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새벽에는 낚시를 하고 낮에는 하이킹을 하든지 산천을 돌아보면 참으로 세상 살맛이 나는 것이다. 송어는 리미터가 다섯 마리인데 그곳에서 그 이상을 잡으면 벌금을 낸다. 5월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에 식구들과 동네 미국아이 하나를 데리고 송어낚시를 갔다. 얼마나 잘 잡히는지 우리는 사람 수대로 25마리를 낚고 막대기에 꿰고 신나게 차 있는 데로 오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레인저 차가 대낮에 환하게 헤드라이트를 켜고 우리 앞을 딱 가로 박았다. 차를 세우고 안에 있는 아이스박스를 다 저사하더니 낚시 라인센스를 보자고 했다. 고기 잡으려면 낚시 라이센스가 꼭 있어야 한다. 나 혼자만 가지고 있었고 아이들은 라이센스가 없었다. 아이들도 아주 어린애면 아빠가 가진 것으로 허락이 되지만 중학생 고등학생 정도면 꼭 라이센스를 가져야 고기 잡을 수 있다. 우리는 법규를 어긴 것이다. 이제는 매달려 사정할 판이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었다. 나는 영어를 잘 못하고 큰애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니깐 내세워서 무조건 사정해라 옆에서 계속 이야기했다. 당신들은 법을 어겼으니깐 600불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600불 낼 돈이 없습니다. 제발 한 번만 봐주십시오.” “아니 차를 보니 새 차인데 돈 없으면 어떻게 이런 마즈다 엠피브이를 살 수 있어요?” 마침 새 차를 산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그것은 교회 차였다.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차가 아니라 교회 차입니다. 아빠는 목사입니다.” 또 목사라고 밝히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계속 기도했다. “하나님, 제발 봐주십시오. 다음에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잘 가르치겠습니다. 이번만 봐주십시오” 참으로 하나님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리라.
어떤 유학생은 교수와 말하면서 한 번 봐달라는 말로 “Professor, look at me"를 계속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나도 이런 상황에서 무어라 표현할지를 몰랐다. ‘Look at me'라고 할 수는 없고 난감했다. 마침 큰아들이 며칠 전 바다에서 낚시를 했는데 하루 라이 센스를 가지고 있었다. 이미 유효기간이 다 지나고 민물낚시 라이센스도 아니지만 정상을 참작해서인지 “다음에 이러면 안돼요. 오늘은 그냥 돌아가시오.”하며 키 큰 미국 레인저가 시커먼 안경을 쓰고 엄포를 놓더니 차를 몰고 먼지를 날리면서 사라졌다. 어휴, 한숨을 쉬고 이제 살았구나 했다. 10년 감수하는 것 같았다. 미국은 낚시를 하되 규정이 있다. 배스는 12인치를 넘어야 하고 광어는 22인치. 바라쿠다는 28인치를 넘어야 한다고. 그리고 보통 송어는 5마리 이상을 잡으면 안 된다. 어종에 따라 마리 수, 크기 규정이 있다. 그 규정만 지키면 아무 문제가 없다. 5월, 6월 도미가 새끼를 낳는다. 낚시꾼들은 그때 도미가 새끼 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새끼를 직접 낳는다는 말만 들었지 그 동안 보지 못했는데 둘째 아들과 도미낚시를 갔다가 직접 보았다. 큰 도미를 낚아 올리는 순간 고기 뱃속에서 은빛 같은 새끼 고기를 계속 물속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보았다.
어미 고기는 죽으면서 새끼를 살리려는 그 정신이 정말 놀라웠다. 아들은 잡은 즉시 손으로 도미 배를 짜서 끼를 바다에 띄워주었다. 도미 새끼들은 파도를 따라 은백색 빛을 반짝이면서 물속으로 사라져갔다.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다. 물고기도 지혜가 있구나 모정도 있구나 어쩌면 저렇게도 새끼를 사랑하는 본능이 있을까 생각했다. 작은 생선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또 한 번은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근처에서 백도미낚시를 했는데 큼직큼직한 놈들을 많이 잡았다. 얼마나 신이 나는지 회도 해먹고 매운탕도 해먹고 휘시 타코도 해 먹었다.
그날 광어를 잡았는데 사이즈가 22인치가 되어야 하는데 조금 작은 것 같았다. 그렇지만 바다에 넣기가 너무나 아까워서 가지고 왔다. 마음은 조마조마하면서도 기분은 좋앗다. 아내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좋아해서 회를 치고 매운탕을 끓이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둘째 아들이 아침에 식사를 같이 하고 있었는데 내가 어저께 고기 잡은 이야기를 신나게 했다. 그런데 둘째는 그리 기분이 좋지 않는 눈치였다. 광어를 잡았다고 했더니 “아빠, 사이즈가 작을 거야” 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뭐라고 변명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둘째 아들은 내가 없는 사이에 고기를 본 것이다. 자식 앞에서 부끄럽고 창피하고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 얼버무려 버렸다. 이제 절대로 이런 짓 안 하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그런데 일주일 후 또 한 번 그 장소에서 친구 목사와 함께 낚시를 했는데 지난 번 보다 조금 더 큰 광어를 잡았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22인치는 안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옆의 목사님이 보는 앞에서 그 광어를 놓아주었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참으로 자유로웠다.
누구나 범하기 쉬운 유혹이다. 미국은 법안에서는 무한정 자유롭다. 법만 지켜주면 만사가 오케이다. 그리고 낚시하려면 반드시 바다낚시와 민물낚시를 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사야한다. 한번 사면 연말까지 유효하다. 그러기 때문에 보통 연초에 사서 일 년간 사용하는데 나는 낚시를 좋아하기 때문에 보통 연초에 사서 일 년간 사용하는데 나는 낚시를 좋아하기 때문에 교회의 은퇴하신 노래철장로님은 꼭 나에게 낚시 라이센스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신다. 많은 선물 중에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미국에서 낚시를 하면서 얼마나 환경을 보호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잡고 싶은 대로 다 잡는 것이 아니다. 그 규정에 따라 낚시하는 것이다. 그 규정대로 안 하면 벌금이다. 미국사람들이 고기를 낚은 다음에 가져가지 않고 물에 다시 놓아주는 일들을 많이 보았다. 낚시를 그냥 재미로 하는 것이다. 낚는 대로 다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엘에이에서 동쪽으로 가면 ‘솔튼 시’라고 나오는데 옛날에는 바다였는데 지금은 바다 호수가 된 곳이다 얼마나 고기가 많은지 어떤 사람은 표현하기를 ‘물 반고기 반’ 이라고 했다. 낚시꾼들은 작은 것을 큰 고기라고 부풀리기를 잘 하니까 큰고기를 놓쳤다느니, 이만큼 큰 고기를 잡았다느니 하는데 보지 않았으니까 알 수가 없다. 하여튼 놓친 고기는 제일 큰 고기다.
이사벨라 온천 옆에 있는 강에서 송어낚시를 하고 있었다. 미국 여자가 멀리서 낚시하는 것이 보였다. 한 마리를 다 끌어 올렸는데 놓치는 것이 보였다. 그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흥분해서 내게 말했다. 큰놈을 놓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놓친 것은 항상 큰놈” 이라고 했더니 그도 껄껄 웃었다.
솔튼 시에는 조기, 도미, 농어 등 많은 고기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오염이 되었다고 낚시를 금지해 놓았다. 그런데도 한인들은 그곳에서 낚시한다. 갈 때마다 한두 바켓츠씩 낚아 온다. 나도 3시간 반이나 드라이브해서 여러 번 낚시를 갔었는데 갈 때마다 재미를 많이 보았다.
엘에이 이 지역은 낚시 천국이다.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만 차를 타고 가면 언제든지 바다로 떠나는 배낚시를 즐길 수있고 호수로 가면 언제든지 호수낚시를 할 수 있다. 배낚시를 하면 튜나(삼치)나 옐로우 테일(방어)도 낚을 수 있다. 나도 그런 것들을 낚아본 경험이 있다.
엘에이 지역에 70만 정도의 한인들이 살고 있다.
엘에이 쪽으로 모여드는 이유는 첫째 날씨가 좋다는 것이다. 일 년 내내 화창하고 청명한 날씨이다. 겨울에도 그리 춥지 않다. 그런데도 한인들은 엘에이에서 춥게 겨울철을 보낸다. 히팅을 안 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 그러기에 겨울을 춥게 지낸다.
둘째는 돈이 많다. 한인들이 비즈니스 하기가 좋은 곳이다. 직장생활보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비교적 돈을 많이 만지는 편이다.
셋째는 갈이 좋다. 동부보다 나중에 개발된 지역이고 땅이 넓기 때문에 길을 넓게 만들었고 프리웨이 시스템이 너무 잘되어 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앞에 탁 트인다. 무한히 뻗어 나가고 무한히 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 온 대학생이 공항에서 105번 프리웨이를 타고 하시엔다로 가는 도중 너무나 시원하게 잘 달리는 것을 보면서 감탄했다고 한다. 이것이 말로는 듣던 프리웨이구나 했단다.
넷째는 인종차별이 별로 없다. 123종의 인종이 모여 살고 영어를 잘 못해도 한국말을 하면서 다른 인종들과 소통한다. 엘에이 공항에 내리면 미국 공항직원이 서투른 한국말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리피스 팍의 산을 오를 때 미국사람들이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한다.
다섯째는 한인들이 많다.
이런 이들로 인해 남가주에 한인들이 많이 모여든다.
나는 여름마다 고향 제주도 중문에 내려가서 휴가를 즐긴다. 대부분 낚시를 많이 가는 편이다. 어렸을 적에는 잡는 대로 다 가지고 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작은 것들은 다 바다에 다시 놔준다. 그때의 기분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자식들이 더 그렇게 한다. 나는 가지고 오고 싶은데 그들이 안 된다고 말 한다, 미국에서 철저하게 교육을 받은 것이다.
자연 자원을 아끼자. 이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윤리이다. 씨가 마를 정도로 고기를 다 잡아 버린다든지, 민둥산이 되기까지 나무를 다 베어버린다든지, 온 동네가 쓰레기통이 되도록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린다면 결국 그 재앙이 누구에게 오는가. 우리는 하나님의 자원을 아껴야 한다.
‘자연은 자연을 사랑하는 자를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다. 자연을 사랑하면 자연은 우리에게 꼭 보상을 한다는 의미이다. 자연 속에 있는 것은 언제나 아름답다. 나는 낚시하면서 아름다운 자연 앞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그때 자연은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낚시 천국인 엘에이, 고기만이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함께 낚으면서 창조주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고남철 목사(나성충신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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