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그 기괴한 벽화의 내용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공간이 자꾸 변하고 있다. 그러한 공간의 변화가, 아니 그 공간이 클락의 필체와 그림체도 바뀌게 하고 있다. 이 변화의 이유가 무엇일까? (“바닥이 또 바뀌었다. 천장도 잘못되었다. 천장도 잘못되었다. 이 바닥들의 서명을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손글씨는 내 것처럼 보인다“)
둘째, 이해할 수 없고 설명될 수 없는, 한마디로 기현상이 존재한다. (“식탁들은 출혈하지 않는다”) 식탁은 원래 피를 흘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것은 식탁이 출혈하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 있다는 뜻인가? 그리고 셋째, 그림 중앙에 있는 ‘엔티티’와 클락의 관계다. 이 둘의 관계는 일방적인가? 압제적인가? 적대적인가? 아니면 평화로운 공생관계인가? 벽화를 보면, ‘클락 선장’의 모습을 한 ‘엔티티’가 왕좌에 앉아 있는데, 키가 대단히 크고 힘이 세다. 이것은 클락이 되고자 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클락 선장’이 위로 던지고 있는 것은 클락이다. 그 위에는 창문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클락 선장’이 그를 창밖으로 나가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클락 선장’이 그를 천장으로 내던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밑으로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칠해진 원들 또는 방울들이 떨어지는데, 그에게서 흘러나온 피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이 세 가지는 클락의 인식의 변화라는 하나의 지점으로 모인다. 인식의 변화가 벽화에 필체와 그림체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누구의 서명인지 모르겠지만, 이 필체는 내 것처럼 보인다”) 그가 너무 오래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현실과 백룸을 들락날락 했겠지만, 백룸이 자기에게 통제감과 그로 인한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아예 정착을 해버린 것이다.
클락과 메리, 그리고 백룸: 공포의 현실
이 벽화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듯 애쓰며 바라보는 메리, 자기가 안내한 길이 헛것이라는 것을 아는 메리는, 그 안내를 따라 구원의 현실 - 즉 ‘백룸’이라는 ‘공간’ - 을 발견했다고 확신하는 클락을 만나게 된다.
그의 첫마디는 “발견하셨군요” 였다. 그런데 그는 자꾸 숨으려 했다. 그래서 메리가 묻는다. “왜 숨어 있어요?” 그러자 그는 대답한다. “선생님 소리가 너무 커서요.”
그녀의 표정을 보면 안도감과 불안감이 혼재해 있다.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디예요?” 그녀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언제나 존재했던 모든 장소요.” 그녀는 다시 묻는다. “얼마나 오래 여기 있었어요?” 그러나 그가 대답하기 직전에, 그들 뒤로 무슨 소리가 들린다. 마치 야수가 어슬렁거리며 내는 소리 같다.
클락은 그 소리가 무엇인지 아는 듯하다. 그래서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침착하세요. 그냥 나예요. 선생님은 나를 알지요.” 점점 다가오는 엔티티의 움직임에 따라 그림자가 일렁이는 것이 보인다. 그러더니 그림자와 소리가 갑자기 멈춘다. 그리고 5초.
클락은 갑자기 메리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