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의 문화탐방)영화 속 구원의 신앙 47: 백룸(13)
2026/09/12 00:03 입력  |  조회수 :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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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클락의 ‘조사’ 

 그러므로 이 이상한 장소는 특이한 공간이었다. 일상과 같은 듯하지만 아주 같은 것은 아니다. 바비의 집에 있을 티셔츠와 똑같은 것이 - 적어도 똑같아 보이는 것이 - 거기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더 나아가, 클락이 이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본 원시인 마네킹과 똑같은 것이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채로, 다른 옷더미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 공간은 마치 일상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일상의 모방이라고 보이에는 어설프기까지 하다. 바비가 천장을 보았을 때 꼭 그들이 지금까지 지나왔던 공간과 같은 노란색 복도 같은 것이 길게 늘어서 있고, 양 옆으로 문이 달려있는 것과, 바닥에도 문이 달려 있는 것이 그렇다. 원시인 마네킹은, 그들이 클락과 같은 경로로 그 장소에 들어갔다면 반드시 보았을 텐데, 그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만약 원래 있던 자리에서 없어진 것이라면 클락이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런데 그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물건이 그 상태로 되어 있는 것은 클락이 그렇게 한 것일까? 하지만 지금 바비가 ‘조사’하고 있는 장소는 클락이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그렇다면 그들 외에 다른 누군가가 거기 있다는 뜻일까?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이 보는 이의 공포를 점진적으로 가중시킨다. 

 바비는 좀더 앞으로 가보고자 한다. 앞쪽 좌측 공간에 불빛이 깜빡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줄을 좀더 풀어 달라고 하는데, 클락이 줄 길이가 다 됐다고 하고, 캣은 다시 돌아오라고 한다.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다시 올라가려는 찰나, 불빛이 깜빡이는 곳에 어떤 형체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 공간에는, 그들 외에도 다른 존재가 있었던 것이다.

 바비는 다급해졌다. 클락과 캣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면서 줄을 당겨 달라고 소리친다. 클락과 캣이 힘껏 줄을 잡아당겨줘서 결국 위층에 잘 다다른 바비에게, 밑에서 무엇을 보았냐고 묻는다. 그러나 사실 바비도 잘 모른다. 단지 엄청나게 놀라 있을 뿐이다. 

 바비는 올라오자마자 허리에 묶은 줄의 매듭을 풀려고 한다. 하지만 잘 풀리지 않는다. “도대체 이 매듭 뭐예요?” 캣은 바비를 진정시키려 최선을 다 한다. 그 와중에, 바비가 허리의 매듭을 다 풀기도 전에, 밑에서 무엇인가가 그를 세차게 당기기 시작한다. 무시무시한 괴성을 지르면서. 아마도 그가 방금 보았던 그림자일 것이었다. 얼마나 당기는 힘이 강한지, 캣과 클락이 붙잡아도 바비는 끝내 밑으로 끌려가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바비 허리에 묶여 있던 끈의 다른 쪽 끝은 캣과 클락이 있던 곳의 침대 다리에 묶여 있던 것이었는데, 밑에서 바비를 묶은 끈을 거세게 끌어당김으로써 침대까지 끌어내리게 되었고, 그 바람에 침대 앞에 있던 캣과 클락도 같이 아래로 굴러 떨어진 셈이 된 것이었다. 밑의 공간에 떨어진 그들은 아직 쓰러져 있는 상태에서 바비가 맞은편 벽 쪽에 있는 문으로 비명을 지르며 끌려들어가는 것을 목격한다. 어떤 끔찍한 공격을 당한 듯, 바닥에는 바비의 피로 보이는 것이 그가 끌려들어간 문까지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캣은 왼쪽에 보이는 문처럼 보이는 곳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리고…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클락의 공포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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