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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이민국에서 미국 오기 위해 유학비자 인터뷰를 했다 영사가 물었다. “미국 가면 오지 않을 거지요?” “꼭 올 겁니다.” “어떻게 보장해요?” “하나님께서 아십니다.” “다들 그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오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비자를 내 주었다. 그때 약속한 것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다. 언제 그 약속이 지켜질지는 하나님만 아실 것이다. 그때 나는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 안 한다. 정말로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고 영주권이나 시민권 따위는 꿈에도 생각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당시는 진심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오렌지 중앙성결교회에서 교육목사로 파트타임 사역을 했다. 주일 어린이예배에 한국말과 영어로 설교하고 끝나면 중고등 학생들을 모아놓고 또 이증언어로 설교했다. 열심히 영어로 설교했지만 아이들은 알아듣지 못했다. 나도 답답하고 어린이, 학생들도 답답했다. 나는 한국식 영어했고 그들은 미국 영어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미국 한인교회의 학생지도 실정이다. 오후예배에는 찬송인도를 했다. 정말로 내가 생각하기에도 열심히 일했다. 설교도 열심히 했고 아이들 교육에도 온 정열을 다 쏟았다. 그런데 어느 날 장로님 한 분이 “목사님, 영주권 필요하세요?” 했다. 미국 온지 아마 1년쯤 되었을 때였다. 생각지도 않은 말씀에 나는 “해 주시면 좋지요” 대답했다. 나는 변호사를 선정해서 영주권을 받게 되었다. 영주권 받는 날 참으로 기뻤다. 우리 식구들 모두가 받았다. 그것도 12월 24일에 받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이 된 것이다. 참으로 축복이었다. 나를 위해 수고해 주신 그 분들에게 빚을 갚지 못하고 살고 있지만 지금도 그분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런데 갈등이 생겼다. 한국에서 비자 받을 때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이제 그 약속을 어기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 있으면 있을수록 미국이 좋아지고 아이들도 잘되고 미국 목회도 잘 풀려져 나갔다.
미국 오자마자 일주일 동안 아침 금식을 하며 기도한일이 있다. 그때마다 확신을 가진 것이 있는데 “네가 미국에서 창대 하리라”는 것이었다. 그 기도가 응답된 것이다. 미국에서 창대 하리라“는 것이었다. 그 기도가 응답된 것이다. 미국 사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가 질문을 하며 지냈다. 영주권 받은 지 5년 후에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었다. 이민 극에 가서 미국 시민권을 신청했다. 얼마 후에 이민국에서 시민권 인터뷰를 하라는 통지가 왔다. 시민권을 신청했지만 한국 국적을 포기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언제든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과 형제들을 초청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신청한 것이다. 미국에서 영원히 산다는 생각은 없었다. 단지 이런 나라에서 한번 살아보는 경험도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에서 신청했다.
시민권 선서를 하고 Nathaniel Namcheol Koh 라는 이름으로 시민권을 받았다. 시민권 인터뷰는 내가 신청서에 써넣은 것을 모두 영어로 물어 보는 것이었고 미국 1대 대통령이 누구냐, 16대 대통령이 누구냐, 삼권분립이 무엇이냐 등 상식적인 것들을 물었다. 대답을 잘 했기 때문에 패스되었다. 시민권을 받자마자 미국여권을 신청했고 부모초청, 형제초청을 했다. 형제들은 10년이 걸린다고 했다. 부모님은 곧 오셨으나 8개월이 지난 후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영주권을 반납하고 말았다. 갑갑해서 도저히 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형제들을 초청한지 10년이 지나니까 한국 미 대사관에서 형제들에게 인터뷰하라는 통지가 왔다. 그러나 아무도 오려고 하지 않았다. IMF로 인해 어려워지자 4형제만 미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아직도 두 형제는 미국 오는 것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살고 있다. 여기 동포들의 상태를 보면 개개 네 종류로 나누어진다.
여기 동포들의 상태를 보면 대개 네 종류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식구들이나 개인들만 미국 온 케이스다. 친척도 없도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언제나 외로움을 느끼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하며 산다. 보통 유학생으로서 지내다가 영주권을 받은 경우가 그렇다. 둘째의 경우는 부모도 친척도 식구도 모두 미국으로 온 케이스다. 그들은 한국에 가도 집이 없고 친척도 별로 없다. 그들은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셋째의 경우는 마음이 반은 여기에 있고 반은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다. 영주권도 있고 시민권도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에도 친척이 있고 여기에도 있는 사람들이다. 여기가 사정이 좋으면 여기에 살고 나쁘면 한국을 찾아서 가려는 사람들이다. 여기에도 살고 싶고 한국에도 살고 싶은 마음을 갖는다. 미국도 포기 않고 한국도 포기하지 않는다. 이증의 마음을 갖고 산다. 넷째는 젊은 때는 이렇게 살다가 나중에는 돌아가자 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생각일 뿐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 자식들 때문에 쉽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무엇이 다른가 하면 스테이터스가 영주권은 한국인이고 시민권은 미국인이다. 여권도 한국여권, 미국여권이 다르다. 여행할 때 영주권자는 좀 불편할 때가 있지만 시민권자는 편리하다. 독일공항에 내렸는데 미국여권을 보여주었더니 프리 패스다. 별로 물어 보는 것이 없다. 그런데 독일에서 자동차로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로 갈 때 나는 미국여권을 가졌고 안내하는 분은 한국여권을 가졌는데, 나는 아무 말 없이 통과 되었으나 한국여권 가진 분은 잠시 이야기하더니 차에서 내려오라고 했다. 사무실로 가서 한동안 조사 받는 것을 보았다. 한국여권을 가져도 프리 패스하는 날이 속히 오도록 기도했다.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나 미국 사는 데에는 별 차이가 없는데, 한국 들어갈 때 인천 영종도 공항에서 내국인, 외국인 줄을 서는 것이 다르고 엘에이 공항에 들어올 때 US Citizen과 Foreigner의 줄이 다르다. 지금은 우리 식구 모두가 시민권을 가지고 살고 있다. 형제들은 모두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영주권자도 시민권자들도 있는데, 아직까지는 영주권자가 많다.
여기서의 삶은 한국인이자, 미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제 삼의 문화권에서 살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음식을 먹고 미국음식도 먹는다. 한국말을 쓰고 영어도 쓴다. 그래서 이 책의 언어도 영어를 자주 쓰고 있다. 여기 한인들의 언어는 반은 영어, 반은 한국어를 쓰는 사람, 영어가 편하고 한국어가 불편한 사람, 그 반대의 사람, 아예 영어만 사용하는 사람 등등 가지각색이다. 한국인과도 다르고 미국인과도 다르다. 그래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여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제 삼의 문화라 말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인은 유대인들처럼 디아스포라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세계를 위하여 무엇인가 위대한 일을 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섭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미국의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들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조국을 배신하고 살기 좋은 나라로 가서 산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시민권자라고 한국을 떠난 것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미국 시민권자이나 실제적으로는 한국인이다. 그리고 언제나 미국시민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시민권을 갖는 경우 한국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시민이 되는 것이 자랑스럽게 생각해서 취득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부모초청이나 형제 초청 등의 법적 권리라든가 미국에서의 베니핏 등을 얻기 위해 시민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시민이지만 언제나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한국에 살고 있는 국민보다 더 애국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 홍수나, 태풍 등 재해가 났을 때는 미주 한인들이 앞장서서 모금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미국에 살고 있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다. 법적으로는 미국인이지만 주류 사회에서는 우리를 미국사람으로 생각지 않는다. 한국 국제공항에 내리면 언제나 마음이 푸근함을 느낀다. 그래서 이중국적을 주장하는 이유도 타당한 것이다. 외국에 나가 있는 한인이 600만이나 된다고 한다. 그들은 오늘도 고국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면서 현재 있는 나라에서 한국의 영광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한국을 위해서 미국을 위해서, 그리고 인류를 위해서 좋은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어디에 살든지 궁극적으로는 내가 살고 있는 그 땅이 하나님의 땅임에 틀림없다. 어느 나라 시민으로 살든지 ‘하늘의 시민권’을 가지고 살 때 인류에게 공헌하며 사는 민족이 될 것이다. 김활란박사는 “이 세상은 만났다 헤어지는 곳이요, 저 세상은 다시 만나 영원히 사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에는 국가의 구분이 있고 인종의 구분이 있으나 하나님 나라에는 그런 구분이 없다. 결국 천국의 시민권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Stop the hate. Life is too short-미워하지 말라 했고 ‘Life is only one time around' 인생은 오직 한 번 있는 것이라 했다. 영주권자로 살든 시민권자로 살든 미국을 위하여 무슨 좋은 일을 할 것인가, 한인으로서 한국을 위하여 공헌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하나님 나라 시민권자로서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를 늘 물으며 살아야 할 것이다.
고남철 목사(나성충신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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