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의 문화탐방)영화 속 구원의 신앙 44: 백룸(10)
2026/08/14 20:28 입력  |  조회수 :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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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영화 『백룸』: 메리의 이야기 

 그러므로 이 영화는, 물론 프롤로그를 제외하면, 메리로 시작해서 메리로 끝나는, 즉 메리의 삶과 내면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오직 자기와 비슷한 내면과 삶을 가진 - 그러나 외형적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다른 - 클락이 자기 인생에 들어오면서부터이다. 

 그가 그녀의 삶에 ‘발생’하기 전까지는, 아마 그 누구도 그녀가 그러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 말인즉슨, 관객의 눈에 메리의 참 모습이 어떠한가 하는 것이 드러나게 되는 것은 바로 클락을 통해서라는 말이다. 이것은 또한 영화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실도 전달하고 있다. 즉, 그를 제외한 다른 모든 이들은 결국 그녀가 제시하는 헛된 구원의 길, 자기 자신도 그것이 참 구원의 길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길, 바로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숨기기 위해서 그럴싸하게 만들어낸 길을 받아들였거나, 받아들이려고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결국,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현실의 참 모습을 직시하는 것을 회피하는 길이며, 그로 인하여 가식이라는 내적 가면을 날마다 더욱 공교하게 만들어가도록 하는 길이며, 나중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자신과 현실을 바꾸었다고 생각하게 하는 교만에 이르게 하는 길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기 자신은 알고 있다. 사실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스스로의 힘으로 바꾸지 못했다는 것을. 사실 자기는 전적으로 무능하다는 것을. 

 바로 이것이 메리의 딜레마이다. 바로 이것이, 기독교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이 영화의 주요 주제이다. 그리고 동일한 마음을 가지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회피하면서, 더 나은 회피방법이 없는지를 구하러 그녀를 찾은 클락과 맞닥뜨리면서, 영화는 위화감과 긴장이 고조되고, 마침내 전면적 충돌과 예기치 않은 결말로 나아가게 된다. 

 백룸, 그들을 발견하다

 그런 관계에 있는 그들이 백룸을 찾는다. 아니, 백룸이 발견하고 끌어들인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백룸’이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더 나은 도피처를 찾는 클락을 먼저 끌어들인다. 그래서 그의 가구점에 노클립 지점을 형성하고, 그곳과 비슷하게 꾸며 스스로를 드러낸다. 

 백룸으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 조금씩 변하는 그의 표정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가 자기 가구점 아래층 벽을 통하여 처음으로 그 공간으로 말 그대로 스르륵 들어가게 되었을 때, 그렇게 그냥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를 이상하게 느끼는 듯, 미간은 잔뜩 찌뿌리고 눈빛은 경계심이 가득하다. 이것은 들어가자마자 공간 한가운데에 가득 쌓여 있는 가구를 바라볼 때, 그리고 여러 나라 사람들의 말이 들리는 곳으로 갔을 때까지 동일하다. 

 그런데 바벨탑 직후와 같이 세계 여러 나라 말 - 정확하게는 55개 언어, 그 중에는 한국어도 있다(‘안녕하세요’) - 이 어느 곳에서 나오는가를 보았을 때, 그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돌기 시작한다. 그 소리가 어떤 원시인 마네킹에 전선으로 연결된 확성기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마네킹과 전선, 이것은 누가 봐도 인위적으로 설치된 것이 분명했다. 

즉, 그 공간에는 이미, 타인의 흔적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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