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회 읽기)비니 주니오르
2026/06/20 05:24 입력  |  조회수 :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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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

 

 월드컵이 한창이다. 캐나다에서 미국, 멕시코까지 북미가 뜨겁다. 올해는 본선 진출국이 48팀으로 늘어나서 다양한 축구 스타일과 관중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유럽과 남미 양강 구도에 금이 가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북미 그리고 적은 인구의 섬나라들까지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는 춘추전국시대다. FIFA의 과도한 상업주의에 눈살이 찌푸려 지기도 하지만 월드컵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전세계 축제다. 애정하는 브라질 삼바축구를 본 게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다. 다양성과 혼종성을 리듬에 녹여냈던 그 때를 잊지 못한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Vinicius Júnior)가 연일 화제다. 25살 카리오카,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의 월드클래스 윙어다. 모로코 전에서 만회골을 넣었다. 실력보다 더 유명한 것은 2023년부터 비니가 인종차별 논쟁에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과 스페인 양국 정부가 나섰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브라질 축구가 약해져서 그런 건지. 생각하면 마음이 씁쓸하다. 

 사회학자 플로레스탄 페르난데스 (1920-1995)는 『계급 사회에서 흑인 통합』 (1964년)과 『백인 세계에서 흑인』(1972년)에서 세계경제 변두리에 위치하며 자본주의에 종속적인 브라질 흑인의 상황을 설명한다. “간단히 말해, 브라질 사회는 흑인들을 그들의 운명에 맡겨 두고, 자유노동, 공화정체제, 자본주의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인간 기준과 이상에 부합하도록 스스로를 재교육하고 변화시켜야 할 책임을 떠넘겼다.” 플로레스탄은 1940년대 상파울루 도시화-현대화 과정에서 국가 보조금을 받은 이민자들과 그렇지 못한 흑인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의 변화가 자유임금 노동시스템의 불평등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이민자들과 가난한 백인들이 평등과 통합의 사다리를 타고 부르주아 계급으로 상승하고 있던 시기에 흑인과 혼혈 인종은 기회를 박탈 당하고 주변부로 내몰렸다. 도시가 점점 확장되면서 생산력은 줄어들고 수입창출 방법은 제한되고 문화자본에 대한 접근이 좁아지면서 불평등의 무게는 누적되었다. 400년 동안 ‘노예’와 ‘해방자’로 습득했던 이 땅에서 사는 방법인 기술의 효용성과 적응력이 손상되었다. 갑작스러운 해방을 ‘당하게 된’ 흑인들은 구조적으로 공고화된 불평등과 부조리를 온몸으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전세계 독재자들이 많아지면서 민주주의가 성장이 더디게 느껴진다. 다수의 목소리가 묻히면 결과는 혐오와 배제의 시대다. 현재 브라질은 인종차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것 같다. 고등교육에 흑인, 원주민, 공립학교 졸업생들의 자리가 있고 공무원 채용에서도 흑인 의무 할당제가 있다. 11월 20일을 흑인의 날(Dia da Consciência Negra)로 지정해 인종차별과 흑인인권 신장을 말한다. 하지만 암묵적 차별과 현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흑인들의 학업성취도, 직장선택권, 소득-주거수준, 보건상태, 의료접근권은 현저하게 낮다. 이들은 불평등의 링에서 싸우기 위해 사회범죄와 같은 다른 방법을 찾게 되고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브라질에서 인종차별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역사적, 사회적, 구조적, 경제적, 종교적 문제다.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점점 커지는 사람과 사람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뭘 해야 할지. 대놓고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월드컵이라도 매년 개최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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