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영화 『백룸(2026)』: ‘백룸’이란 무엇인가
그럼 영화 『백룸』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전에, 도대체 이 ‘백룸’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하여 보도록 하자.

모든 것은 바로 이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되었다. 2003년에 크리스토퍼 풀이 일본의 2chan을 모델로 만든 익명 기반 이미지 보드 웹사이트인 4chan은 2019년 5월 12일, 불편하고 어색한 이미지’를 사이트 게시판에 올려보자는 기획으로 이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이틀 뒤, 이 사진에 다음과 같은 글이 첨가되었다.
“만약 당신이 부주의한 사람이라서 잘못된 구역의 현실에서 노클립(noclip) 한다면, 백룸에 다다르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그 곳, 즉 낡고 축축한 카펫의 악취와 노란 단색[벽지]의 광기, 그리고 끝없이 윙윙거리는 형광등 소리만 존재하는, 무작위로 연결된 빈 방들이 6억 제곱 마일 정도 펼쳐진 곳에 갇힌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주변에서 무엇인가가 배회하는 소리를 들었다면, 신께서 당신을 지켜 주시기를. 왜냐하면 그 무엇인가도 지옥만큼 확실하게 당신 소리를 들었을 것이니까요.”
노클립 현상
위 글에 나오는 ‘노클립’ 현상이란 컴퓨터 게임 용어로, 에러나 버그로 인하여 특정 공간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것을 가리킨다. 이것을 현실에 대입하면, 뜻하지 않게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 사이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이 개념에다가, 현실을 무대로 보았을 때 그 이면에 ‘백스테이지’ 같은 공간이 존재한다는 설정이 더해져서, ‘백룸’이라는 도시 괴담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4chan에 올라온 위의 사진과 글은 당시 사용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긴 하였지만, 올려진 즉시 유명해진 것은 아니었다. 또 이후로도 백룸으로 노클립 되는 현상을 묘사하는 영상과 게임이 제작되어 올려졌으나, 그 인기는 아직 소수에 한정되었다. 그럼에도 여러 개발자들에 의한 창작 활동은 계속되어, 2021년 말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설정이 추가되고 확장되었으며 정제되어 갔다.
그러다 마침내 2022년 1월 7일, 케인 파슨스가 자신의 백룸 시리즈를 올리기 시작하였고, 이 영상들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백룸’은 이내 하나의 현상 내지는 전설이 되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