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회 읽기)안토니오 칸지두 (Antonio Candido)
2026/06/13 01:41 입력  |  조회수 : 2,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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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

 

 내가 사는 마링가(Maringá)는 인구 45만의 도시다. 하지만 완전한 도시는 아니다. 곳곳에 시골의 정취가 묻어 있다. 건물이 가득하지만 눈을 돌려 하늘을 보면 산과 강과 평야가 펼쳐져 있다. 맑은 공기와 바람, 물 아직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오염되지 않은 땅이 지천으로 널렸다. 주위를 보고 사람과 행동과 말을 봐도 그렇다. 느리지만 정이 있고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연대가 있다. 남동부에서 매년 겨울의 시작에 카이피라(Caipira) 축제가 열린다. 수확을 방해하는 악령과 전염병을 물리치기 위해 가톨릭의 성인들을 기리는 제의에서 이제는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 체크무늬 옷을 입고 춤과 음악을 즐기며 모닥불을 피우고 시골음식을 먹고 마신다. 아이들 학교에서 이 행사에 진심인데 무려 세 달 전부터 수업 시간에도 춤과 노래를 연습한다. 부모들이 더 열심이다. 시골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 장식을 하고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나누고 깊은 밤을 함께 보낸다. 이 행사를 위해 전학 온 아이들도 많다. 

 브라질 문화의 원형은 유럽의 정복자들과 개척자들, 원주민, 아프리카 노예들과 후손들, 이민자들을 통해 형성되었다. 상파울로 미나스제라이스 지역의 카이피라, 남부의 가우쇼(Gaúcho), 그리고 북동부의 세트따네주(Sertanejo) 문화가 잘 알려져 있다. 남부 사람들은 말을 타고 산과 들을 누비던 개척자 정신이 남아있다. 북동부의 도시에 가면 어울리지 않은 양복바지와 셔츠에 창이 큰 모자를 쓰고 큰 괭이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자루에는 곡식과 식료품을 담아 장을 보고 오토바이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가족과 공동체. 순응과 인정. 자연과 조화. 브라질의 원형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출생의 문학평론가이자 사회학자인 안토니오 칸지두(1918-2017)은 문학사 고전의 반열에 오른 브라질문학의 형성 Formação da Literatura Brasileira(1959)과 사회과학의 명저로 꼽히는 히오 보니또의 파트너들 Os Parceiros do Rio Bonito(1964)를 통해 브라질 사회의 원형을 설명한다. 그는 1948년부터 1954년까지 상파울루 내륙 시골 보페테(Bofete) 사람들의 문화적 관습과 생계를 탐구한다. 삶의 수단들이 어떻게 얻어지며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인 삶과 연결되는지 자급자족의 경제에서 자본주의로 넘어 오면서 생기는 변화를 추적한다. 도로와 철도의 확장과 시장경제의 유입으로 지리적으로 고립된 공동체가 서서히 변하며 영토에 대한 자율성을 박탈 당하고 급여제도에 편입된다. 칸지두가 발견한 것은 변화의 물결에서도 이웃과 작물을 나누고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돕는 일이었다. 춤과 노래 그리고 구호는 이 집단의 방어와 생존의 도구로 작용했다. 작은 기타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추는 춤인 꾸루루(Cururu)는 이 사람들의 가난과 일상의 전쟁에서 생계와 생기를 유지하려는 노력이었다. 현대화와 도시화가 전통적인 생활 방식에 미친 폭력적인 영향을 지적하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약자들에게 정보와 지식, 경제적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브라질은 앞으로 가고 있지만 뒤를 돌아보는 일에 익숙하며 거부감이 없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자라도 누구나 땅과 바람과 강과 사람과 가족을 기억한다. 브라질의 원형, 진짜 브라질이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실증주의의 강항 영향을 받은 엘리트들이 국기에 새긴 ‘질서와 진보’는 ‘무질서와 정체’가 브라질의 원형이라는 반증이다. 오늘날 브라질은 수많은 부조리와 어그러진 정치권력, 폭력과 차별, 불평등이 심해지는 상황을 목격한다. 이 때 우리가 돌아볼 곳은 느리지만, 조화롭게 살며 지리적 고립과 생계의 걱정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연대와 공동체를 추구하며 살았던 때다. 땅과 하늘, 바람과 강을 보고 길게 호흡하며 사람, 가족, 이웃과 함께 걸었던 아직도 우리 가까이 있는 브라질의 원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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