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회 읽기)파울루 프레이리(Paulo Freire)
2026/05/29 04:08 입력  |  조회수 : 6,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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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

 

 한국 지방선거가 코 앞이다. 동시에 열리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평택(을)이 눈에 띈다. 제각기 사연을 가진 후보가 제각기 다른 정당에서 제각기 다른 전략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이 지역이 ‘도봉복합지역’이기 때문이다. 북부와 동부의 첨단 산업 신도시와 서부의 외곽지역 넓은 농경지가 함께 섞여 있다. ‘도시’와 ‘농촌’이 혼재되어 있어서 유권자의 정치, 사회, 경제 상황이 제각기 다르다. 도시에 젊은이들이 많다면 농촌지역은 고령층의 비율이 높다. 도시가 교통, 교육, 보육 등 정주 여권 개선에 민감하다면 농촌지역은 농업지원, 지역개발, 복지예산이 핵심 이슈가 된다. 도시는 인구가 집중되어 있지만 연대성이 부족하고 중도와 무당층이 많다. 농촌은 학연, 지연, 혈연으로 연결 되어 있어서 면장, 이장, 어른의 영향력이 있고 중도,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보인다. 앞으로 더 많아질 도시와 농촌이 혼합된 지역을 어떻게 균형 있게 개발하고 유지할 것인가는 한국정치의 큰 숙제다. 

 파울루 프레이리는 교육학자이자 철학자이다. 1921년 뻬르남부꾸주 헤시피에서 태어났다. 비판적 교육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20세기 브라질의 지성이다. 특히 식민지와 노예제를 거치면서 형성된 브라질인의 의존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행동의 주체라고 보고 교육으로 현실을 헤쳐 나가길 기대했다. 그가 주목한 지점은 농촌에서 도시로 변하면서 형성된 세계관의 변화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사이 일어난 급격한 도시화로 400년 가까이 유지되고 유럽 정복자들이 구축했던 봉건적인 경제구조와 위계적인 가부장제가 변했다. 이전에는 토지와 노예를 소유한 집안의 남성 가장이 자급자족 경제의 핵심이었다. 가족은 사회의 어떤 구성요소보다 중요했다. 남성 가장은 토지를 지배하는 ‘영주’로서 배우자와 자식들과 자유민, 노예들에게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특권을 누렸다. 가톨릭교회, 토호세력, 왕실의 이익을 뒷받침하고 관리했다. 작던 크던 남성 가장의 영향력은 도시화 이전의 브라질 사회에서 절대적이었다. 

 농촌에서 도시로 ‘도농복합지역’이 점점 커지면서 약해진 남성 가장의 영향력은 수동적인 존재에 머물던 다수의 민중에게 변화의 공간을 주었다. 사제와 주교, 가장의 영향 아래에서 통치 당하고, 처벌 당하고, 강간 당하고, 복수 당하고, 보호 받고, 숨어 살아야 했던 다수는 ‘수동적’ 도구였다. 이제 도시화로 경제구조가 다변화되고 개인의 의사결정이 중요해지면서 다수의 민중은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프레이리의 생각처럼 더이상 지식과 생각을 예치하는 대상이 아니라 비판적 인식을 할 수 있는 주체가 된 것이다. 교육은 받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모순을 의식하고 배운 것과 스스로 대화해서 경험으로 만들어 자기의 가치를 삼아야 한다는 것이 프레이리의 주장이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 상태에서 삶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상황, 그래서 인간은 직업, 일, 노동에 가장 큰 삶의 의미와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브라질은 느리지만 농촌에서 도시로 변하고 있다. 위계적 사회에서 평등사회로, 의존적 개인에서 주체적인 개인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변화는 직선이 아니라 구불구불하다. 단절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 도시화로 가부장제가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다. 여전히 도시에서도 위계질서와 도시가부장제가 발견된다. 브라질의 특징이다. 현재를 살지만 과거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뿌리 없는 나무가 흔들리는 것처럼 누구나 의지할 대상을 찾고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해야 한다. 농촌이 남긴 ‘의존성’과 도시가 강요하고 있는 ‘주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은 울퉁불퉁한 이 땅을 사는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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