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의 문화탐방)영화 속 구원의 신앙 32: 매트릭스(32)
2026/05/15 09:07 입력  |  조회수 : 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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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네오의 십자가(1)

 그러니까 오라클은 각 사람이 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말만 했다는 뜻이다. 모피어스에게도, 트리니티에게도, 그리고 네오에게도. 모피어스에게는 그가 구세주를 찾을 것이라는 분명한 말을 했지만, 네오에게는 그가 구세주라는 것에 대한 수수께끼와 같은 말을 했다. 그녀가 한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너에게 작은 비밀 하나를 말해줄게. ‘그’가 된다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아. 아무도 너에게 네가 사랑에 빠졌는지 말해줄 수 없지. 너는 그냥 아는 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모피어스는 너를 믿어, 네오. 그리고 그 누구도, 너나 나도, 그가 너를 믿는 것을 그만두도록 설득할 수 없지. 그가 너를 얼마나 맹신하는지,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여 네 생명을 살리려 할 거야.” 

 “너는 선택을 해야 할 거야. 너는 한 손에는 모피어스의 생명을, 또 다른 손에는 네 생명을 가지고 있지. 둘 중 하나는 죽을 거야. 어느 생명이 죽을 것인가는 너에게 달렸어.” 

 이 말을 듣고, 네오는 모피어스의 생명을 선택했다. 자기를 믿는 사람, 그래서 스스로의 생명을 희생해서까지 자기를 살리는 선택을 한 사람을 그냥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마음이 그런 선택을 하게 한 것이다. 즉, 모피어스를 향한 이타적인 사랑이 그로 하여금 그러한 선택을 하게 한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결국 네오에 대한 오라클의 말이 모두 맞아떨어진 것이 됐다. 그러니까 그녀가 네오에게 한 말의 본의는, 비록 그렇다 하고 확정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그가 구세주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이러한 말을 들은 그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그 후 그는, 탱크가 어느 지하철 역 공중전화에 열어 준 통로를 통하여 모피어스와 트리니티가 먼저 모선으로 돌아가도록 한다. 그런데 그 때, 지하철 한쪽 구석에 누워있던 거지가 그 광경을 보게 되고, 이내 스미스 요원이 그에게 빙의하여 일행에게 총을 쏜다. 

 그 때, 모선에 있던 트리니티는 안타까운 마음에, “도망쳐, 네오, 도망쳐!”라 소리치지만(물론 네오는 아직 매트릭스 안에 있기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는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돌아서서 스미스 요원에 맞선다. 그것을 보고 다들 의아하게 생각하자, 모피어스가 말한다. “그가 믿기 시작했어.” 이 대사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물리력으로는 이길 수 없는 스미스 요원을 가까스로 슬기롭게 이긴 네오는 자기를 계속 추격해오는 요원들에게서 있는 힘껏 도망치면서, 어느 허름한 호텔 건물 안으로 재빨리 들어간다. 탱크가 열어 준 통로가 그 곳 303호실에 있기 때문이다. ‘하트 오 더 호텔.’ 자세히 보면, 이 호텔은 바로 첫 장면에서 트리니티가 요원들과 쫓고 쫓기던 바로 그 장소다. 그런데…

 그가 그 방에 뛰어들어간 순간, 미리 대기하고 있던 스미스 요원이 총을 쏜다. 먼저 한 발, 그리고 이어 8개의 총알이 정확하게 그의 심장을 파고든다. 그의 몸은 총격의 충격에 맞은편 벽까지 튕겨간다. 그는 그 벽에 간신히 몸을 기댄다. 피가 가슴과 등에 모두 흥건하다. 그는 끝까지 저항하려는 표정을 얼굴에 띈 채, 그러나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만다. 모선에 있는 그의 몸 상태를 모니터하는 창은 그의 심장이 멎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구세주가, 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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