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
근사한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었다. 흑인 한명이 낡은 가방을 메고 두리번 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온다. 들어오자 마자 가방을 연다. 순간 모든 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긴장한다. 혹시나 총을 꺼내지는 않나. 다행히 휴대폰을 꺼낸다. 자리에 자리에 앉자마자 화장실을 찾는다. 그의 움직임에 종업원들도 긴장한 눈치다. 화장실 갈 때도 다들 힐끗 지켜본다. 만약 백인 여성이었다면.
편견은 특정한 집단에 부정적인 감정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학습되고 공유되어 행동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다. 불안, 긴장, 차이 그리고 불평등의 원인이 된다. 인종, 소득, 학업, 직업, 생활에 따라 한 곳에 모여 사는 현상은 편견이 구조화되고 고착된 증거다. 무엇보다 편견은 인적 자원의 개발을 막고 능력의 활용을 제한한다. 사회 전체의 관용과 성장을 늦춘다.
브라질은 편견의 나라다. 다인종이 혼종적으로 모든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포용의 문화가 있지만 구조적 인종차별과 사회경제적 차이에 따른 편견이 강하다. 다시 말하면, 태어나면서부터 나와 다른 것이 너무 많다. ‘성취되는 것’보다 ‘주어진 것’이 많다. ‘바꿀 수 있는 것’보다 ‘어쩔 수 없는 것’이 더 많다. 편견은 브라질의 쓴뿌리다.
2022년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의 편견은 구조적이며 사회 각 분야에서 증가하고 있다. 인구의 59%가 인종 차별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주로 흑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흑인들은 상점이나 공공 장소에서 더 큰 차별을 경험한다고 한다. 흑인 및 유색인종의 살인 위험은 백인보다 2배가 넘는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적 활동이 차별받고 위축된다.
제도화된 가톨릭문화에 따라 종교적 편견도 세다. 가톨릭이 엘리트과 기득권층을 떠받치는 정신문화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어느 곳을 가도 도시 입구에 서 있는 가톨릭 수호신상이 있다. 도시의 가장 중앙, 비싼 땅에 우뚝 서있는 성당건물은 종교 권력을 상징한다. 모든 길은 성당으로 통하고 이어진다. 아직도 복음주의교회와 다른 종교는 가톨릭 지붕아래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지역에 따른 차별도 심각하다. 주거와 생활 문화 수준에서 그렇다. 상파울로에 사는 북동부출신은 어딜가나 미움의 대상이다. 지역 내에서도 편견은 존재한다. 부유한 남동부에서는 상류층이 하류층의 계급을 바라보는 방식이 차별로 드러난다. 반대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을 바라보는 시선도 고착되어 있어서 교육의 틀, 사회적 구조와 삶의 프레임이 개선되기 힘들다. 보이지 않는 벽이 아니라 이미 통하지 못하는 벽이 서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아시안인에 대한 편견을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다. 브라질 백인 엘리트 상류층이 보기에 흑인과 인디오에 비해 아시안인들에 대한 태도는 모범적인 소수인종이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는 다를 것이 없다. 모국의 사회경제적 성취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인들에게 작은 인종차별적 대우는 참기 힘들다.
브라질인 중 2/3 이상이 인종차별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이 편견과 적대감으로 타인에게 불공정한 행위를 하느냐고 했을 때는 1/3만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인식하고 있지만 개선을 하려는 의지와 환경은 부족하다. 브라질은 비교적 포용적이지만 매우 차별적이다. 포용과 편견은 공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