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학 박사)
브라질의 정체성은 언제나 과거와 현재에서 찾는다. ‘옛것’과 ‘새것’은 500년의 역사에 늘 공존했다. 주위에 만나는 브라질 사람을 보면 과거의 브라질이 보인다. 현재를 사는 브라질 사람은 과거 여러 인종 언어 문화가 역동적으로 만난 결과다. 심는 만큼 나고 열매 맺는 만지오까나 바나나처럼 어느 인종이던 문화던 브라질 토양에 과거의 뿌리를 내리면 현재를 만들 수 있다. ‘새것’이지만 ‘옛것’이고 ‘옛것’ 이지만 ‘새것’이다. 이곳에서 과거와 현재는 언제나 함께 살아 숨쉰다.
과거를 기억하고 기록하고 고민하는 것은 현재를 이해하고 살아내고 미래를 바라보게 한다. 과거는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현재에 살아있다. 처음의 과거는 포르투갈이었다. 그래서 서유럽의 전통을 강하게 물려받았고 광활한 땅에 하나의 공식언어가 자리잡게 되었다. 예수회를 통한 선교와 교육사업으로 과거의 언어와 사회구조를 단절하고 새로운 말과 식민지를 이식했다. 스페인, 영국, 프랑스, 네델란드가 정복의 위치를 잘못선정한 것도 포르투갈의 주도권을 강화했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에 아물지 않고 이 땅을 아프게 한다. 정복자들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빼내기 위해 원주민 노동력을 착취했다. 550만명의 아프리카 서부 노예들이 19세기 중반까지 약 300년에 걸쳐 유입되었다. 지배자들이 구축한 체계적인 대규모 노예제는 아프리카의 과거와 현재를 이 땅에 심는 계기가 되었다. 토속종교, 문화, 저항, 투쟁 의존성은 브라질의 정체성의 한 부분이 되었다.
부채는 과거와 현재에 걸쳐있다. 식민지 시대의 대외 의존형 경제구조는 19세기 초 독립시기 영국에서 차관을 들여와 포르투갈에 지불해야 했던 독립 보상으로 이어졌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커피 등 1차 산업 수출에 의존하며 산업 기반을 갖추기 위해 외부 자본을 지속적으로 빌려왔다. 20세기초 중반 바르가스 정부의 산업화, 국영화 정책은 대규모 부채를 야기 했고, 권위주의 정권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외채와 차관을 들여와 인플레이션와 구조조정의 위기를 맞았다. 교육을 바탕으로 한 기술과 혁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돈을 들여와야 하는 경제구조는 과거를 극복하지 못한 현재의 자화상이다.
이민자들의 과거는 현재의 브라질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19세말부터 시작된 레바논과 중동인들의 정착, 19세기 후반 중국 노동력의 유입, 20세기 초 시작된 일본인들의 동화, 20세기 중반 한국 이민자들의 도착으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발자취가 브라질에 현재 살아있다. 브라질 정체성이 과거와 깊숙하게 닿아 있기 때문에 이민자들의 과거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이민자들의 문화는 잘 보존되고 유지되고 재형성되어 새로운 브라질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