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유스터스: 은혜와 변화

 한 이야기 속에서 독자의 흥미를 가장 많이 끄는 부분은 바로 등장인물이 변화하는 모습이다. 여러 상황을 거치면서 생각이 발전하고,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하여 마침내 인격이 더욱 고귀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이야말로 독자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새벽출정호의 항해」 편에서 독자에게 가장 큰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인물은 단연 유스터스이다. 현대식 진보 교육의 폐해의 표본과 같던 그가 아슬란의 은혜로 나니아에 초대되어 극적인 변화를 거친 끝에 구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물론 유스터스가 악동이었다는 것은 앞서 말했다. 그런데 어떤 종류의 악동이냐 하면, 못됐다고 하기에는 하찮고, 또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못된, 그런 아이다. 더 나아가, 잘 대해주면 대해주는 만큼 더 못되게 구는 유형이다. 선원들의 도움으로 새벽출정호에 승선해서는 자신의 뱃멀미 때문에 투정을 부렸다 치지만, 루시가 준 물약으로 곧 나았음에도 계속 배에서 내려 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것들은 한 번도 자기 현실에서 벗어나 보지 않은 아이이니까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려니 할 수도 있는 것들이다. 아마 새벽출정호의 나니아 인들도 그 정도로 너그럽게 생각하며 지나가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말썽은 시작에 불과했다. 진짜 문제는 C. S. 루이스가 ‘공개’한 유스터스의 일기장에 드러난다. 

 “끔찍한 날이다. 한밤중에 열이 나서 물 한 잔을 꼭 마셔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깨어났다. 어떤 의사라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내가 불공평하게 이득을 보려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하늘도 다 아는 일이지만, 물 배급제가 환자에게까지 적용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사실 나는 다른 사람을 깨워서 물을 달라고 할 생각이었으나 밤중에 남을 깨운다는 것은 매우 이기적인 행동 같았다. (...) 모두들 찌는 듯한 더위와 물 배급의 시작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남들이 나한테 잘해 주든 못해주든 나는 항상 남들에게 신경을 써 준다.” 

 이 글만 보면 사실 무엇이 문제점인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첫 두 문장에서 벌써 문제가 드러난다. 나니아 세계에서, 아슬란이 루시에게 준 빨간 물약은 말 그대로 만병통치약이다. 그러니까 유스터스는 지금 환자가 아닌 것이다. 그가 말하는 ‘열’은 몇 문장 뒤에 나오는 ‘찌는 듯한 더위’이다. 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더운 것이 아니라, 덥기 때문에 열이 있다고 자가진단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 더위 때문에 물이 부족하자, 캐스피언 왕은 모두의 동의를 얻어 식수를 배급하기로 한 것이다. 유스터스가 호소하는 목마름은 배 위의 모든 사람들이 더위와 함께 견디고 있는 것이다. 

 즉, 그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공동체가 정한 규칙을 어기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합리화하고 있다. 자신의 일기장에서까지. 심지어는 그러한 자신의 태도를 ‘남들에게 신경을 써 주는’ 것이라고까지 하고 있다. 무엇이 잘못인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인 것을 알지만 고쳐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가 보기에, 자신의 잘못이 그렇게까지 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