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여기는 서울입니다. 새벽 한시에 과롤로스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다음날 오후 다섯 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환승대기로 서너시간 두바이공항에서 기다려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고 또 허리가 아플 정도로 긴 잠을 잡니다. 흔들어 깨우는 시간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지만 한 끼 기내식을 내놓고 비몽사몽간에 식사를 하고 또 한잠 자다보면 또 깨워 식사를 하는 일이 반복되며 5끼를 먹다보니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도착즉시, 한국의 전화 번호 개통하기
제일 먼저 한 일이 휴대전화에 한국 칩으로 갈아 끼우고 통신사에 장기정지 해지를 신청하는 일입니다. “010 6359 9379”가 참 반갑습니다. 이십년도 더 된 9379는 기독교방송의 주파수 번호입니다. 93.7Mhz는 춘천기독교방송 주파수이고 93.9Mhz는 서울의 주파수입니다. 젊은 시절,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춘천방송 개국팀으로 가서 이 주파수를 받아내고 제 전화번호를 바꾼 것이 지금 제 번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춘천에 방송국을 설립하고 서울에 복귀한 후에도 93.9는 여전히 서울경기 전역에서 지금도 사랑받는 음악 FM방송입니다. 한국에 도착하고 배정받은 승용차에서 주파수를 FM93.9Mhz로 바꿔 기독교방송을 듣는 것은 방송선교에 종사했던 사람으로서의 일종의 의리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도착한 강화 고향집은 언제나 포근하지만 어머니가 안 계셔서 마음 한곳이 허전한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입니다. 고향집에서의 첫 식사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낼모레 환갑인 여동생 찬숙이가 차려낸 것입니다. 강화산 추청쌀밥에 뜰에서 캔 달래장, 걸쭉한 맛의 순무석박지는 그 자체로 밥도둑입니다.
이제 병원쇼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 년 전 예약한 병원진료를 확인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을 해서 자질구레한 것들은 고쳐가며 살고 있기 때문에 연회참석의 중요한 일중에 하나입니다. 금년에는 안과와 이비인후과, 그리고 치과를 점검하려고 합니다. 쪽이 나간 위어금니를 때워야 하고 24시간 체크가 가능한 당뇨검사 페치칩을 왼쪽 팔뚝의 근육에 박고 둥근 일회용반창고로 고정을 시켰습니다. 식사전후나 간식전후 등 핸드폰을 대면 칩이 혈당의 변화를 읽어 당사자와 의사에게 결과를 알려주는 그런 디지털 신문물입니다. 세끼 식전 식후와 취침시간 등 하루 최소한 7번을 핸드폰 앱을 통해 담당의사가 매일 체크를 하면서 개선점을 찾아가는 두주짜리 프로그램입니다. 나에게 맞는 음식을 찾아낼 수 있어서 식단관리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병원, 조문, 연회참석까지
월요일 아침, 다음 주일(7일) 예배찬송 5곡을 예배 준비 팀에게 보내고 우경호 선교사의 본문과 설교제목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월요일에 서울 강서구의 본죽선교센터 404호실에 짐을 풀고 화수목 동부연회를 위해서 강원도 홍천 회의 장소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이곳 시간으로 월요일 밤 12시쯤 제 영원한 친구 박동주 선교사 어머니 손차임 권사의 천국행 소식을 듣습니다. 열일 제쳐두고 아들된 마음으로 빈소로 달려갔습니다. 제가 가족을 제외한 방명록에 기록한 일번 조문자입니다. 동주목사 큰 누이와 손잡고 한없이 울었습니다. 칠십 나이라서 자식들이 시집장가를 가서 손자손녀를 보는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91세 어머니 100세 아버지를 섬기는 장녀입니다. 그래도 마침 연회를 위해 한국에 가 있어서 박목사 대신이 될 수는 없지만 어머니 손차임 권사를 송별하는 자리에 설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조문하는 내내, 맏며느리 이금숙 선교사가 공지된 부고에 “이제 사랑하는 주님의 두 아들 선교사들과 만나 기쁜 시간을 갖고 계시겠죠”라는 댓글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