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명 목사(나누리선교회장)
내가 예전에 어렸을 때 집 마당에 큰 감나무가 있어 해마다 아버지가 감을 따주어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한번은 아버지가 높은 나뭇가지에 달린 감을 보시며 “저 감은 너무 높아 딸 수가 없구나. 나중에 떨어지거나 새들이 먹거나 할거다”하셨다. 나는 그때부터 나뭇가지에 달린 감을 보면서 언제 떨어지려나 하며 기다리는데 어느 날 오후에 내가 학교에서 돌아와 문에 들어설 때 땅바닥에 무엇이 떨어지며 “탁”하는 소리가 나 가보았더니 기다리던 감이 떨어진 것이다. 옆구리가 터진 말랑말랑한 홍시였다. 땅바닥에 낙엽이 있어서 조금 상처만 났다. 나는 “엄마 방금 감이 떨어졌어요. 그런데 홍시가 되었어요”하자 엄마가 감을 보더니 “그래 홍시가 되었구나. 그런데 옆구리가 터졌으니 빨리 먹어야겠다”하시고는 옆구리를 잘라내고는 내 입에 넣어주셨는데 얼마나 달고 맛이 있었는지 지금까지도 그 단맛을 잊지 않고 있다.
브라질에 있을 때 맛있는 감을 많이 먹었다. 브라질 감은 모두 일본사람들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나오는데 어떤 감은 갓 태어난 어린 아기 머리 만 한 것이 맛도 최고였다. 한번은 농장에 가서 감을 사와 늘 대접해 주시던 장로님이 나에게 “목사님 감 농장에 같이 가보시렵니까”하여 같이 따라갔다가 한국 사람의 추한 모습을 듣고 마음이 몹시 아픈 적이 있었다.
교회에서 두 시간 정도 달려 감농장에 도착해 주인하고 인사하며 감을 사러 왔다고 하자 허름한 옷을 입은 일본농장 주인이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한국 사람에게는 감을 안 팔아요”하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리는 너무 당황해 무슨 일인가 하여 장로님 아들 집사와 며느리가 포르투갈말을 잘해 나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 이유를 물었더니 “방금 한국 사람들 여러 명이 큰 밴을 타고 와서는 감을 흥정하는 사이 다른 사람들이 차에다 몰래 감을 여러 박스를 싣는 것을 일꾼이 보고 와서 나에게 말해 내가 감을 안 팔았다”고 하며 “앞으로 한국 사람에게는 감을 안 팔겠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감을 사 가는 것보다 일본사람의 마음을 풀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 기도하며 집사님에게 통역해 달라고 하고는 “내가 목사이고 우리는 모두 교회에서 왔다. 그들 대신 우리가 모두 사과한다”고 용서를 구한 후 “우리는 당신 농장에서 나오는 감을 매년 맛있게 먹고 있다. 그래서 오늘 감도 사고, 농장도 보고, 감사도 하려고 이렇게 왔다. 당신 농장 감이 제일 맛있다. 최고다”하며 오른손 엄지가락을 세우고 칭찬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잠언 25장 11절에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 사과니라”하신 말씀이 생각나 칭찬의 말을 한 것이다. 밖으로 나온 후 조금 기다리자 농장 주인이 나와서 “미안하다”고 하며 우리에게 감을 팔겠다고 하여 감 다섯 상자를 차에 싣고 떠나려는데 농장 주인이 이것은 덤이라고 하면서 작은 감 두 상자를 더 주는데 표정과 말이 아주 부드러워짐을 느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감 두 상자를 덤으로 받은 것보다 일본농장 주인이 마음을 열고 용서한 것이 기뻤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늘 우리가 안 갔으면 농장 주인은 한국 사람들을 도둑놈이라 생각할 뻔했네요. 하나님이 때에 맞는 말을 주셔서 잘 해결되었네요”하자 모두들 “맞아요. 하나님이 우리를 보내셨네요”하며 감사했다.’
미국에서나 브라질에서 일본사람들을 가리켜 ‘게런티’ 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게런티(guarantee)라는 뜻은 보증한다는 뜻이다. 한번은 브라질에서 목사와 장로 100여 명이 교단 총회를 마치고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마라카낭 축구장을 보러 갔는데 그때 브라질 고등학교 학생들이 모두 일어나 우리를 보고는 두 손을 모으고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하며 공손히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코리안입니다. 오브리가도(감사합니다)”하였다. 일본사람들은 한 개인, 개인을 보면 모두가 친절하고 정직한데 나라는 왜 악한 일들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개인, 개인이 열심히는 사는데 정직하지가 않다.
미국과 브라질에서 많은 한국 사람들이 좋은 차, 좋은 집을 갖고 사는데 세금 내는 것은 제일 적게 내는 민족 중에 하나다. 이런 점에서 우리 기독교의 지도자들과 성도들은 하나님 앞에나 세상 사람들 앞에서 검소하고 진실하게 살아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두 주 전에 어느 성도분이 집에서 딴 감을 주셔서 매일 매일 감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맛있게 익어라”했더니 꿀같이 단 홍시가 되어 껍데기까지 먹으며, 감사하고 감과 추억을 생각해 보았다. 감사하며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