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프로도: 구원의 여정(2)
“어리석은 말 하지 말게. 이 반지가 다른 사람에게 가지 않은 것은 자네가 잘나서가 아니라는 것을 자네도 잘 알잖나? 자네에게 힘이나 지혜가 있어서가 아니야. 어쨌든 자네는 선택 받았고, 따라서 자네에게 있는 힘과 용기와 지혜를 모두 짜내야 하네(『반지의 제왕』 제 1권 148쪽).”
얼핏 보면 이 말은 대단히 모순되게 보인다. 프로도가 잘나서도 아니고, 힘이나 지혜가 있기 때문에 ‘그 누군가’의 선택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선택 받았으니 힘과 지혜를 모두 짜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없는 것을 어떻게 짜낸다는 말인가?
그런데 이 말을 영어 원전으로 보면 이 말은 좀더 깊은 의미를 전달한다. 원어에 가깝게 번역하면 이렇다. ”그 질문에는 답이 없네. 자네는 이 반지가 다른 이들에게 가지 않은 것이 그들에게는 없는 어떤 능력이나 지혜와 같은 ‘자격(merit)’이 자네에게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 텐데. 그러나 자네는 선택 받았고, 그러므로 자네는 그 선택에 상응하는 힘과 용기와 영리함을 사용해야 하네.”
즉, 간달프는 프로도가 ‘능력’이나 ‘지혜’가 있지 않다는 것을 직언하고, 그러나 그에게 있는 모든 것, 즉 ‘힘’과 ‘영리함’ 같은 것을 다하여 선택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프로도에게 능력은 없지만 힘이 있고, 지혜는 없지만 영리함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간달프는 한 가지를 추가한다. 바로 ‘용기’이다. 능력이나 힘이 있어도, 지혜나 영리함이 있어도, 그것을 사용할 용기가 없다면 아무 일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용기가 필요한가? 모든 사람들의 의지를 뛰어넘는 ‘그 누군가’의 선택이 가리키는 길은 좁은 길이기 때문이다.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마 7:14).” 이 길은 고난의 길이다. 아군으로부터 끊임없이 의심과 오해를 당하는 길이요(마 5:11), 마귀가 지배하는 이 세상과 그에 속한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당하는 길이다(요 15:18). 그렇기 때문에 찾는 자가 적은 것이다. 누가 제정신으로 이런 ‘생고생’을 하려 하겠는가?
그러나 바로 이 ‘생고생’의 길이 생명으로 인도한다. 그러므로 구원의 길은 편안하고 걱정 없고 안심하는 인생길이 아니다. 그런 삶은 ‘그 누군가’의 선택이 없어도 된다. 마귀가 지배하는 이 세상과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바라며 그러한 세상과 친구가 되어 살려 한다는데, 굳이 이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사고 공격을 받겠는가?
그러나 성경은, “누구든지 이 세상과 벗이 되고자 하는 자는 스스로 하나님과 원수 되는 것이니라(약 4:4)” 하고 분명하게 말한다. 따라서 단순히 이 ‘좁은 길’이 옳은 길, 생명의 길이라고 알고 있기만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그 때 발휘해야 하는 것이 바로 ‘용기’이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끊임없이 하신 위로의 말씀이 그것이다. “안심하라 나니 두려워 하지 말라(마 14:27).”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마 5:12).” “이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이 세상을 이기었노라(요 16:33).” 원어인 헬라어로 보았을 때 “두려워 말라” 하시는 말씀이 바로 ‘용기를 가져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