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우리 믿는 사람들은 두 왕국의 시민이라고 했습니다. 자기가 사는 나라의 시민일 뿐만 아니라 또한 천국의 시민이기도 합니다. 제 경우에는 대한민국의 국민일 뿐만 아니라 인천의 시민이고 브라질에 영주권을 갖고 살고 있어서 이 땅에 살 수는 있는 자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교사로 자기가 속한 지역에서 일정부분 역할을 하면서 열심히 살다보니 시민의 자격을 주는 그런 자치단체가 늘고 있습니다.
명예시민증과 길 이름까지 명명
올똘란자에서 열심히 사역하던 박동주 선교사는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시의회가 결의해서 그가 살던 지역에 “박동주 목사길”을 선포해서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선교사 사회에서 모지의 김선웅, 김혜란 선교사의 열심을 기려서 김혜란 선교사에게 명예시민권을 수여하도록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런가하면 기아대책기구의 우경호선교사 내외는 먼저 사역하던 사역지를 현지인 선교단체에게 모두 이양하고 피라시카바로 와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옛 사역지인 이따베빠 시에서 명예시민권을 드리기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사역하던 도시에 묻힌 고 박동주 선교사나 올똘란자 교회를 섬기는 이금숙 선교사, 모지의 고 김선웅 선교사, 그리고 남편의 선교지를 이어받은 김혜란 선교사와 아들 김성순 선교사,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고 감동적인 사건들입니다. 그런가 하면 아마존 입구의 도시인 마나우스 사역지를 평생 섬기다 코로나 소용돌이에 먼저 세상을 떠난 고 이신숙 사모와 정년은퇴를 하게 된 이성전 선교사의 뒤를 이어 아들인 ‘이경’이 선교사역을 감당하는 모습도 참 귀합니다.
반면에 광림교회에서 개척한 상파우르의 교회를 말아먹은 선교사가 있는가하면 상파우르의 감리교회의 싹을 꺾고 한국으로 떠난 목회자도 있어서 상파우르는 감리교회의 무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교회가 부흥하는 시기가 아니어서 교회를 합치기도 하고 문을 닫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보니 당분간 개척하기 보다는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를 살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귀히 여기는 하나님의 교회
우리 주변에는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라고 말하면서도 내 맘에 안 들면 갈라서고 내 맘에 맞는 사람들과 새로운 교회를 만들어 내 뜻대로 주의 뜻을 투영하며 사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내가 속한 교파의 교회를 세워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하기도 하고, 나를 파송한 교회의 정책에 따라서, 신학적인 차이 때문에 등등 여러 가지로 교회를 세워야하는 이유는 많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제일 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 교회를 세우고, 여기 선교단체를 운영하고, 여기 주님의 뜻을 펼치면서 한평생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살다보면 도시의 여러 길 중에서 그가 활동하던 곳에 그의 이름을 기리는 길이 생기기도 하고, 그가 그 도시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는 이유로 명예시민증을 드리도록 결의하기도 합니다. 또한 본인을 하나님이 먼저 불러 가시면 자녀나 배우자가 그 뜻을 받들어 이어가는 일은 참으로 아름답고 명증(明證)합니다. 동시대를 살면서 그래서 우리는 박동주 목사, 김선웅 목사, 이신숙 사모를 하나님이 불러가셨어도 이금숙, 김혜란, 이성전 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일세대보다 더 친근하게 언어와 문화를 익혀 부모세대의 핸디캡까지 멋지게 극복하고 새로운 선교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선교현장에는 천국시민권과 명예시민증을 받는 이들과 이세들의 출현에 감사하고 더 뜨겁게 기도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