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1. 배교의 원인

 데네소르의 배교는 곤도르의 통치가 자신의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것에 기인한 오만과 독선과, 그로 인하여 왕의 통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마음, 그리고 악마 사우론이 그에게 보여주는 현실로 인하여 그 마음속에 점점 커져간 절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만심이고, 이것은 왕의 통치보다 이 세상의 현실이 훨씬 더 커 보이게 한다. 이러한 배교가 데네소르와 같은 섭정 또는 현실 세계의 목회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제자, 즉 기독교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세 가지 조건을 요구하신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 16:24).” 한마디로, 예수님께서 자기 삶을 주권적으로 다스리신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말씀이다. 이것이 왕이신 예수님의 뜻이다. 그러므로 그렇게 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자기 뜻대로 좌지우지 하고, 자기 생각과 자기 관점과 자기 행복이 예수님보다 더 소중하다고 여기는 사람, 예수님의 통치가 달갑지 않고 못마땅한 사람, 예수님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제아무리 예수님을 믿는다, 따른다 고백하더라도, 예수님의 제자도 기독교인도 아니라는 뜻이다. 

 왕이신 예수님께서 자신의 삶을 다스리신다는 것을 부인하고 시인하지 않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자기가 느끼기에 좋은 것, 자기가 보기에 좋은 것, 남에게 보이기에 좋은 것들을 추구하며 살게 되어 있다. 그러나 사도 요한은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이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요일 2:16).” 그리고 경고한다. “거짓말을 하는 자가 누구냐?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 자가 아니냐? 아버지와 아들을 부인하는 그가 적그리스도니, 아들을 부인하는 자에게는 또한 아버지가 없으되 아들을 시인하는 자에게는 아버지도 있느니라(요일 2:22-23).” 그렇다. 배교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2. 파라미르

 데네소르의 차남 파라미르는 이 사실을 잘 알았다. 평소에 그가 간달프와 오랜 시간을 보내며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간달프도 아라고른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데네소르는, 비록 많은 면에서 자신과 닮아 사랑하는 파라미르의 그러한 태도 또한 못마땅하게 여겼다. 

 파라미르의 자기부인은, 샘와이스의 말실수로 인하여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데도 불구하고, 곧 그것을 취할 생각을 버리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그래, 그게 그 모든 수수께끼에 대한 답이야! 세상에서 사라진 것으로 생각된 그 절대반지. (…) 참으로 얄궂은 운명이야! 곤도르의 대장 파라미르가 자질을 보일 때라고? 하하!” 그는 벌떡 일어나 아주 굳고 엄격한 자세를 취했다. 그의 회색 눈이 번득였다. (…) 그러나 그는 다시 의자에 앉아 온화한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다시 엄숙한 얼굴로 돌아갔다. 

 “나는 그것을 대로에서 발견한다 하더라도 줍지 않겠소. 설령 내가 그 물건을 탐낼 그런 인간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나는 내 말을 맹세로 간주할 것이고 또한 이행할 것이오(『반지의 제왕』 제 4권 180-1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