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1. 어둠을 걷어내다
그 어떤 남자보다 용감한 에오윈의 등장은 그 자체가 또다른 선파국이다. 가장 그 전장에 있을 것 같지 않던 이가, 크고 강하고 우락부락한 남자들과 괴물들 사이에서, 적의 군대 중 가장 강한 최고 지휘관인 마왕 앞에 서서, 그를 대적한 것이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운 용모를 가졌다고 톨킨은 묘사한다. 아라고른은 그녀를 로한 왕녀들 중 가장 아름다운, 마치 한 송이 백합처럼 꼿꼿하고 당당하지만 동시에 세공 요정(엘프)들이 강철로 만든 것과 같은 강인함을 지닌 여인이라고 묘사했으며(『반지의 제왕』 제 5권 6장 261-262쪽 참조), 나중에 그와 혼인하게 되는 곤도르의 섭정 파라미르(Faramir)는 요정(엘프)들의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동시에, 그녀가 고귀하고 용감하며 잊히지 않을 큰 무훈을 이룩한 여인이라고 하였다(『반지의 제왕』 제 6권 5장 151쪽 참조). 참으로 그녀는 마왕의 공격 앞에서, “비록 가냘펐지만 마치 강철 칼날처럼 아름답고 두렵게 보였으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바로 이것이, 그 어떤 남자도 죽일 수 없는 강하고 사악한 마왕의 눈조차 그녀를 ‘두렵게 보았던’ 이유이다. 그녀의 이 태도가 결국 세오덴 왕을 지켜내고 전투의 선파국을 이끄는 것에 쓰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러한 태도와, 그러한 태도를 뒷받침할 만한 실력 또한 갖추고 있었다. “그녀의 칼은 아주 능숙하고도 빠르게 치명적으로 찔러 들어갔다. 그녀는 앞으로 쭉 내민 짐승의 머리를 날카롭게 두 동강냈으며, 잘려진 그 머리는 돌처럼 땅으로 떨어졌다. (…) 그녀는 날쌔게 뒤로 뛰어 물러났고, 그 짐승의 죽음과 함께 어둠도 걷혀 버렸다. 그녀 주위로 빛이 비쳐 들어 그녀의 머리칼이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비쳤다(『반지의 제왕』 제 5권 6장 209쪽).” 그녀는 단칼에 마왕의 얼굴을 향해 칼을 찔렀고, 마왕은 “죽어 육신없이 말라 비틀어진 소리”가 되어 사라졌다. 마침내 에오윈이 마왕을 물리친 것이었다.
2. 내면의 어두움
그러나 그녀는 이 전투의 대가로 왼팔이 부러졌고 오른팔이 마비되었다. 또한 그녀가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기사의 삶이 규방의 벽에 갇힌 것으로 끝나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으로 인한 절망, “아무 희망도 갖지 않고 오로지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듯한(『반지의 제왕』 제 5권 6장 208쪽)” 마음의 병으로 인하여 정신까지 심각한 손상을 입어버렸다. 그러나 미나스 티리스의 ‘치유의 집’에서, 마침 전장에 있던 아라고른에게 치료를 받아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
그는 “고대어로 엘렛사르, 요정석, 그리고 엔비냐타르, 즉 부활자”이기 때문에, ‘치유자의 손’을 지녔기 때문이다(『반지의 제왕』 제 5권 8장 249, 254쪽 참조).
마왕과 대면하여 싸울 정도로 큰 시험을 당할 때, 우리는 절망적이 된다. 시험은 우리 내면의 가장 깊은 공포를 온통 헤집어 놓고, 그것을 실체로 만들어 마침내 우리 눈앞에 제시하면서, 우리가 아끼는 모든 것을 무너뜨리겠다고 위협한다. 그리고 제아무리 올바른 태도와 실력으로 시험을 결국 이겨낸다 하더라도, 우리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된다. 그것이 시험을 이긴 대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넉넉히 상쇄하는 치유가 부활주께 있다. “주께서 이 모든 것 가운데서 나를 건지셨느니라(딤후 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