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우리교회는 그동안 사용하던 피아노를 처분하고 명품 야마하 피아노를 들여놨습니다. 기존에 있던 피아노는 몇 개의 음이 자꾸 변형되어 조율하길 여러 번 했습니다만 자꾸 음이 틀어져서 음악을 좀 하는 이들이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 귀 버리면 목사님 책임!”
심지어 어떤 분은 “목사님, 계속 저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절대음감에 대한 혼란이 온다면 목사님이 책임지셔야 합니다”라며 원망이 섞인 발언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 권사님!, 피아노가 어디 한두 푼입니까? 그래서 한국에 나갔을 때 두어 번 낙원상가 악기 백화점에 들러서 88건반, 키보드 등등을 조사하고 사 갖고 들어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너무 짐이 되어서 짐 없는 사람들이 오갈 때 부탁하던지 브라질 악기상가에서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가격과 품질에 대한 공부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새로 야심차게 반주자로 뽑혀 열심인 지우조차 음감이 잘못 입력되면 어쩌나 하고 이런 저런 채널로 피아노를 교체하고 키보드를 확보하자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낯선 교인이 교회에 오셨습니다. 가끔 한국공단에서 일하는 자녀들을 방문하는 한국인도 계시고, 상파울이나 다른 도시에 살다가 이사 와서 교회를 찾는 교민들도 계셔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기다려야하는 원칙”을 견지했습니다. 두 세주일 지난 후 당신을 소개했습니다. 상파우르에 살다가 자녀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 이사를 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은 음악가족이라고 하셨습니다. 원로장로로 현지인 교회에서 봉사하며 살았던 이력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전문가답게 피아노의 음 몇 개가 문제가 있어서 걱정이란 말씀도 덧붙여 하셨습니다. 조심스럽게 전자피아노나 키보드로 대치하면 어떻겠냐고 내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도 목사님 예배당에는 피아노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하고는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한두 주일이 흘렀습니다.
최 장로의 배려와 반주자의 ‘엄지 척’
“목사님, 저희 집에 가족들이 사용하던 피아노가 한 대 있는데 교회에서 사용하면 어떨까요?”, “예! 그러면 좋지만 장로님은 아쉬워서 어쩌지요?”, “저희 집에는 다른 전자 악기들이 있어서 괜찮습니다. 새 피아노를 교회에 갖다 놔야 하는데 제가 감사하지요!” 이렇게 되어서 주중에 날을 잡고 피아노 운반하는 업체를 찾고 우리 피아노를 가져갈 임자를 찾는 등등 한주간이 바빴습니다. 우리가 피아노를 기증하기로 한 현지인 교회는 가져다 놓을 공간이 없다면서 거절했고, 한경은 집사가 악기점에서 피아노를 2000헤알에 구입하기로 했다고 알려왔습니다. 그리고 새 피아노를 교회에 갖다놓고, 장로님이 미리 전해준 천으로 만든 건반 보호 덮게, 손뜨개질한 피아노 윗덮개까지 제자리를 찾아 안착했습니다. 유권사님, 그리고 주일 예배를 드리면서 뭔가 낭랑한 야마하 특유의 맑은 음색에 더 큰 은혜가 되는 듯 했습니다. 예배가 끝난 후 반주자 지우가 “엄지 척”해서 목사도 기분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