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1. 펠렌노르(Pelennor) 평원으로 달리다

 간달프와 아라고른의 도움으로 헬름 협곡의 나팔산성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세오덴 왕은 악마 사우론이 보낸 모르도르의 대 군세의 공격을 받고 있는 곤도르가 올린 구원요청의 봉화를 보고, 즉시 명을 내려 나라 안의 병력을 모았다. 약 1만 2천에서 1만 5천 정도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상황이 급박하므로 우선 6천기만을 데리고 곤도르로 향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도로에는 모르도르의 군대가 포진하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그는 그들에게 협조적인 원주민들의 도움으로 지름길로 행군하여, 적군을 우회하며 좀더 빠른 시간에 곤도르의 수도 미나스 티리스(Minas Tirith) 앞 펠렌노르 평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당시 미나스 티리스는 약 12만 명의 적군에게 포위되어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비 병력은 약 1만 3천 정도로, 적 병력의 10분의 1 정도였다. 게다가, 왕 대신 나라를 통치해야 하는 섭정 데네소르 2세(Denethor II)는 적 군세에 절망하여 제정신이 아니라서, 곤도르 군대는 명령체계가 서지 않던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백색의 도시’에는 백색의 간달프가 와 있었다. 그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샤두팍스를 타고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방어군을 지휘하여, 빠듯하나마 공세를 잘 막아내고 있었다. 

 간달프와 다른 장군들의 뛰어난 지휘 아래, 곤도르의 병사들은 적의 공세를 하루 꼬박 버텨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도르의 적군은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어, 마침내 성문을 파괴하고 도시 안으로 진입하였다. 성난 파도와 같이 휩쓸며 밀려드는 악마의 군대에, 도시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같이 위태로웠다. 그 때, 적진의 오른쪽에서 수많은 뿔 나팔소리가 들려왔다. 공성 이튿날 새벽,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햇살을 받으며 미나스 티리스를 구원하기 위하여 도착한 세오덴의 로한 기병대였다. 

 2. 두려움을 떨치고 싸우다

 우익과 좌익과 중군을 편성한 뒤, 세오덴은 병사들에게 어둠을 두려워하지 말고 진군하라고 독려하면서, 이렇게 연설하였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세오덴의 기병들이여! 창을 휘두를지어다! 방패를 부술지어다! 칼의 날, 붉은 날, 태양이 떠오르기 전, 지금,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파멸과 세상의 끝을 향하여! 죽음! 죽음! 죽음! 에오를의 후손이여, 앞으로!” 

 왕의 이 연설을 듣고 피가 끓은 로한 기병은 그대로 적군을 향하여 돌격하였다. 왕은 그들의 선봉에 서서 가장 먼저, 가장 빨리 적에게 돌격하였다. 어찌나 거세게 말을 몰던지, 다른 병사들이 그를 도무지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아마 그것은 자신의 실정으로 로한의 상태와 군사력 약화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느낀 것에서 나온 행동이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나팔산성에서의 대승으로 인하여, 눈앞의 현실에서 자신이 지금 해야 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해 임하면, 구세주의 선파국적 도움이 있을 것이라는 경험적 지식과 굳은 확신에 의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믿음이다. 기독교 신앙고백서인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 21문의 답은 믿음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참된 믿음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계시하신 모든 것이 진리라고 여기는 확실한 지식이며, 동시에 성령님께서 복음으로 마음속에 일으키신 굳은 신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