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명 목사(나누리선교회장)
지난 화요일 현충일에 우리 부부는 대전국립현충원에 모신 할아버지, 할머니 묘소를 다녀왔다. 마침 우리교회 이영란집사님 아버지도 독립운동을 하신 분이어서 남편 지영철 집사님과 함께 다녀왔다. 아침6시 30분에 강동구청에서 마련해준 버스를 타고 현충원에 도착해보니 각지에서 올라온 수백 대의 버스와 차들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려보니 눈에 크게 들어오는 현수막이 보였다. 그리고 쓰여있는 문구를 보니 “현충일 국수 나눔”이라 쓰여있고 그 옆으로 국수 만 명, 주먹밥 오 천명, 아이스크림 만 명, 떡볶이 오 천명, 솜사탕, 부침개 삼 천명 팝콘 만 명이라 쓴 글씨가 보였고 그 밑에는 “국가를 위하여 헌신하고 희생한 유가족을 위해 위와 같이 따뜻하게 맞이합니다”라고 쓰여있었다. 나는 그 문구들을 보며 “누가 이런 큰 대접을 하나”하고 자세히 보았더니 불교 단체인 구암사가 대접하는 것이었다.
묘소를 돌아본 뒤에 시간이 많이 남아 아내와 함께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곳곳에서 국수와 커피를 대접하고 있었다. 그때 내 눈에 “현충일에 은혜 국수 나눔”이라고 쓴 현수막이 들어왔다 나는 그 순간 “은혜? 그럼 기독교 단체에서 봉사하는구나”하며 다시 보니 원불교 대전 충남교구에서 대접하는 것이었다.
아내가 나에게 “불교에서도 은혜라는 말을 쓰네?” 할 때 나는 “그러게 불교에서는 대자대비란 말을 썼는데 요새는 기독교에서 쓰는 은혜라는 말을 쓰나 보다” 하면서 나는 “불교에서 기독교가 쓰는 은혜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 믿고 있는가”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불교에서 말하는 대자대비는 부처님이 중생을 크게 사랑하고 슬픔과 고통을 당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데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수님의 은혜는 요한복음 3장 16절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하신 은혜이시다.
이 말씀에서 ‘하나님이 독생자를 주셨다’라는 뜻이 바로 예수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산 제물로 죽게 하셔서 죄로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 사람들을 예수님이 흘리신 십자가의 피로 죄를 씻으시고 죽은 후에 부활시켜 주시고 다시 오셔서 천국에서 영원히 살게 하신 일을 은혜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마지막이 영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침 일찍 버스를 타야 해서 아침밥도 먹지 못했는데 구청에서 주는 떡으로 요기를 한 후라 배가 고파 국수를 주는 곳으로 가서 받아 그늘진 곳에서 서서 기도한 후 먹는데 금방 삶은 국수라 쫄깃하고 아주 맛이 있었다. 또 떡볶이와 부침개를 받아먹는데 아내가” 떡볶이는 너무 달다 하여 그럼 국수를 한 그릇 더 먹어” 하는 소리가 떨어지자마자 달려가 국수 한 그릇을 더 받아와서는 순식간에 먹어버렸다.
그 바람에 음식 남기지 않는 내가 아내 떡볶이까지 먹느라 배가 고생했다. 다 먹은 후 내가 좋아하는 후식 아이스크림을 받으러 길게 늘어선 줄에 서서 보니 내 앞에 3명이 남아 있어 입에서 침이 나오는데 들리는 소리가 “아이스크림 다 떨어졌어요 죄송합니다”하는 소리에 얼마나 낙심이 되는지... 결국 팝콘만 받아 왔다.
아내가 음식을 먹으면서 “이거 불교에서 주는 건데 먹어도 되나”해서 나는 “먹어도 돼 우상에게 제물로 바친 것도 아니고”하자 아내가 “그래 맞아 모든 것을 감사함으로 먹으라 하셨으니”하며 맛있게 먹었다. 고린도전서 10장 27절에 “불신자 중 누가 너희를 청하매 가고자 하거든 너희 앞에 무엇이든지 차려 놓은 것은 양심을 위하여 묻지 말고 먹으라” 하셨다. 그래서 이것저것을 받을 때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하며 큰소리로 인사했다. 할아버지 덕분에 좋은 버스를 타고 대전에 가면서 맛있는 떡과 간식을 먹고 현충원에서는 불교에서 대접하는 은혜 국수와 떡볶이와 삼박자 커피까지 들면서 재미있는 일일 관광을 하였다. 내년 현충일이 기다려진다. 하하하 모두 다 하나님의 은혜이시다. 감사하며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