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2년 전이었습니다. 한국의 현충일에 그는 코로나로 인해서 하나님 나라로 불려갔습니다. 그리고 9일에 그는 브라질에서 목숨 걸고 애쓰는 선교사들이 그가 섬기던 교회 마당에서 오열 속에 하나님 나라로 송별했습니다. 그 즈음에 선교사들 중 많은 이들이 유월절 어린양처럼 희생되었고 긴 출애굽 대열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고대했습니다.

 다시 그의 가족묘지에 서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가 묻힌 가족묘지에는 오른쪽 자리에 새로운 묘원이 조성되었고 가족들이 심어놓은 나무는 제법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한 뼘 크기의 한국 토종 무궁화 묘목이 땅 힘을 받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6월로 접어들고 한국의 현충일 추모분위기가 다가오면 그와 함께했던 추억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가 삼십년 넘게 계속 했던 브라질 교회 사랑과 올똘란자, 그리고 늘 교우들을 만났던 아만다교회, 그를 후원했던 인천제2교회와 교회를 오르내리며 마음에 선교를 다짐하게 하는 계단 옆의 추모비, 도시의 한복판에 외국인 선교사인 그를 기리는 길을 제정하고 선포해준 시의회와 시장, 그리고 그와 살갑게 지내던 이들을 통해서 보이는 그는 늘 덧니를 들어낸 환한 미소입니다. 주일이 지난 월요일에 선교사들의 대화방에 그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그와 평생을 함께한 선교사가 올린 사진입니다. 매일매일 당신의 삶의 자리에서 남편을 떠올리며 선교의 새로운 지평을 준비하는 이금숙 선교사가 함께 활동하는 대화방입니다. 그의 모습은 멀리 가지 않더라도 우리교회 구석구석에 흔적들이 많습니다. 우리 교회 건물 구입도 그의 조언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근 일 년 가까이 진행된 리모델링 공사 또한 그가 안토니오 등 아만다 교회 교인 기술자들과 함께 참여해서 이룬 성과입니다. 브라질선교교회가 그를 잊는다면 배은망덕(背恩忘德)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라질선교교회는 젊은 시절 여러 교회를 직접 지었던 노하우를 발휘해서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손봐 세운 교회가 되었습니다.

 브라질선교교회 리모델링이 그의 마지막 작품

 ‘우리들의 세계 브라질’ 선교현장에는 많은 선교사들이 있는데 하필 하나님께서 콕 집어 그를 데려가셨는지는 아무리 하나님께 물어도 대답해주시지 않으셔서 아전인수격(我田引水格)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한주일이 멀다하고 몇 번씩 만나던 그는 불러가셨고 나는 여기 남아 있는 것이 인간적으로 그의 가족들을 볼 때면 죄송할 때도 있습니다. 그 시기에 코로나로 같이 입원하고, 중환자실로 가고, 위기를 앓던 모든 이들은 제 자리로 돌려놓으시고 유독 그만 주님의 품으로 이끌어 가셨는지 그 질문에 늘 무언의 대답이 새삼스럽습니다. 

 얼마 전 그의 결혼 40주년과 우리의 10주년을 기념해서 유럽에 가기로 하고 몇 년간 부었던 적금을 탔습니다. 그의 아내 이금숙 선교사는 캐나다의 브라질 사람들을 위한 선교를 위해 딸 내외와 마당을 일구고 있고, 나는 그의 무덤에 심어놓은 한국산 무궁화 묘목과 비석 동판의 이름에 세월의 파란 때가 두꺼워지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