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1. 강제로 빼앗으려 하다
보로미르는 힘의 강함과 약함에 악마와의 승패가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스스로를 ‘진실한 사람’이며, 절대반지를 ‘좋은 쪽’ 또는 ‘선한 쪽’으로 쓸 수 있다 자신한다. 또 그는 강인한 자기가 악마와의 싸움에서 선봉에 서면, 그 용맹함에 반해 모든 사람들이 그의 휘하로 즐거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화려한 복장을 즐겨 입는, ‘오만한 보로미르’이다.
그는 프로도를 돕는다는 명목 하에 그도 시험에 빠뜨리려 한다. “친구! 그 짐을 벗어버리는 게 어때? 그러면 의심도 공포도 사라질 거야. 모든 책임을 내게 떠넘겨. 내가 힘이 너무 세서 빼앗겼다고 해도 좋아. 사실 너보다야 내가 힘이 셀 테니까.” 그리고 곧 소리를 지르며 프로도에게 덤벼들었다. 톨킨은 그 순간의 보로미르의 표정 변화를 이렇게 묘사한다. “잘생긴 호남형인 그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고 눈에서는 사나운 불꽃이 일었다(『반지의 제왕』 제 2권 10장 382-383쪽).” 『반지의 제왕』 내내 악마 사우론은 온통 사나운 불꽃이 선회하는 눈이라고 묘사된다. 즉, 절대반지에 대한 탐심이 가득한 보로미르의 눈은 사우론의 눈이 된 것이다.
프로도는 어쩔 수 없이 절대반지를 손가락에 끼었다. 보로미르로부터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다. 여기저기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프로도를 찾아다니던 그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얼굴을 땅에 처박았다. 그제서야 그는 제정신이 되었다. 그는 절대반지가 그에게, 그리고 원정대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치며 어떤 일을 조장하는지, 사람의 마음에 얼마나 큰 권능을 행사하는지를 비로소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회개의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일어나서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뭐라고 했지? 내가 어떻게 했지? 프로도! 프로도! 돌아와!” (『반지의 제왕』 제 2권 10장 383쪽)
2. 자신의 죄를 뼈저리게 회개하고 구원에 이르다
프로도가 보이지 않게 되자, 그는 다른 원정대원들이 쉬고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 그의 실종을 알렸다. 그러자 모두들 프로도를 찾아 나섰다. 메리와 피핀도 짝을 이루어 그를 찾으러 다녔다. 그런데 한 떼의 우루크-하이, 즉 사루만이 보낸 오르크 병사들이 그들을 프로도와 샘으로 착각하고 그들을 사로잡아 가려는 순간, 한 명의 호빗을 자신의 죄로 인하여 놓진 보로미르가 나타나 적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힘껏 싸웠다. 원정대에서 가장 강한 그의 신체적 힘이, 같은 사명을 지고 가는 동료를 지키는 것에 온전히 쓰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중과부적이었다. 적은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곤도르의 뿔나팔’을 불어 다른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가 아직도 ‘오만한 보로미르’라면 나팔을 불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동료들이 도착하기 전, 그는 이미 여러 발의 검은 깃 달린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칼로 도무지 이길 수 없는 그를 향해 오르크들이 활을 쏜 것이었다. 죽기 직전에 그를 발견한 아라고른에게 그는 말한다. “난… 프로도에게서 반지를 뺏으려 했소. 미안합니다. 죄값을 치른 거요. (…) 나… 는 실패… 했소.” (『반지의 제왕』 제 3권 1장 13-14쪽)
그러나 그는 구원받은 사람으로 죽었다. 자신의 죄를 깨닫고 회개한 상태에서, 사명을 위해 온 힘을 다하여 싸우다가 죽었기 때문이다.
보로미르의 장렬한 전사는 영화에서도 매우 감동적으로 묘사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