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제가 최근에 졸지에 할아버지가 되고 제 아내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횡성 형님댁 큰아이 은옥이가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아 졸지에 할아버지가 된 것을 계기로 금년에는 또 두 조카가 아이들을 생산해서 세 아이의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졸지에 할머니할아버지가 되었네요

 횡성의 진오형님 큰아들 용현이가 딸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동생 찬웅이 아들 성기가 아들을 생산해서 백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동생 찬숙이 아들이 최근에 살림을 시작했으니 내년이면 외손자가 생길 것이 예상됩니다. 동생의 자녀들, 형님의 자녀들이 손자들을 안겨주는데 비해서 우리 아이들은 소식이 없습니다. 큰딸 진실이는 결혼을 한지 십년도 더 되었는데 아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들 용기는 서너 해 지나면 사십인데 아직 미혼입니다. 조바심을 내는 건 애들 할아버지 뿐 나머지는 손자손녀를 안겨주면 참 감사한 일이고 자기들끼리 잘 살면 그것도 감사한 그런 입장입니다.

 연회가 열린 강원도 원주 부근 횡성에서 축산을 하시는 형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형님이 미리 사발통문을 넣어서 부근에 사는 자녀들과 손자녀들이 함께 모여서 금값만큼 비싼 횡성한우를 대접받았습니다. 그리고 형님의 간절한 부탁으로 아이들 축복기도를 하고 가정을 위해서 특별한 기도를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일에는 손아래 동생 찬웅이의 큰아들 성기 아들 정준우를  보러 아버지를 모시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에게는 증손자인 셈입니다. 두 내외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 주일오후에 만나기로 한 것입니다. 유권사님, 인생이란 그런 것인가 봅니다.

 우리도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신혼이 있고 아이들 키우고 대학에 보내고 그리고 시집가고 장가가는 자녀들이 생기고 그리고 손자 손녀를 기다리고 이름지어주고..... 삼사십년 전에 우리가 했던 대로 조카들이 돌잔치 백일잔치를 하면서 흰머리가 수북한 할아버지 할머니 자격으로 세월을 확인합니다. 아브라함이 했던 대로 이삭이 했던 것처럼 후손들을 위해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 부모세대의 몫이 되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노릇을 잘하려면 우선 건강해야 하고, 그리고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들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우리도 없는 살림에 횡성 손녀에게는 금일봉을 작은 조카 성기의 아들에게는 백일 반지를 준비했습니다. 오십여 만원이 후딱 달아나 버렸습니다.

 브라질에 들어가면 당장 비새는 교회 지붕수리 하는 데 보태려고 안 먹고 안 쓰는 기조를 유지하며 지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노릇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거룩한 지출이 필요합니다. 95세가 되신 유옥순 권사님과 백일이 된 손자들까지 이번 한국방문동안 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언제 하나님께서 부르실지 모르는 종말론적인 만남과 소망으로 가득찬 겨우 머리 가누는 아이들을 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세상에 보내시고 다시 하나님 나라로 부르시는 그런 하늘의 질서를 다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