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박영한 씨의 소설, ‘머나먼 쏭바강’은 월남전을 배경으로 쓴 장편소설이다. 고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삶을 다룬 다는 것은 내용을 떠나서 일단 이민자의 애환이 일부분 동병상련이 된 것 같아 공감하면서 읽은 책이다. 실제로 베트남 전에 참전했던 작가는 소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암암리에 드러냈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인 황일천 상병이 기타를 사랑하는 낭만적인 인물이지만 전쟁이라는 폭력과 잔혹성에 괴로워 한다. 그러나 여주인공 뚜이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비로서 전쟁 속에서 겪게 되는 개인과 집단에 대한 깊은 사유, 참된 사랑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 소설이다. “강은 깊어라 슬픔도 깊어라/내 죽어 달님 되리/강물 내려 비추는 달님 되리./강물 속 그리운 얼굴 비추는/달님 되리/평화가 오는 그날까지.” 뚜이의 노래는 가슴이 저리다 못해 애달프다.
며칠 전 브라질 이민 6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다큐멘터리를 봤다. 올 해로 우리 가족의 이민 역사가 40년이 되었으니 전체 3분의 2의 세월이 그 안에 있고 매 순간 나오는 장면 속에서 잠시나마 마치 타임머신을 탄 기분으로 감상하며 빠져들었다. 미다 할아버지로 모두가 알고 있는 장승호 님의 미담은 정말 거룩하다. 오래 전 얘기다. 그분이 투병 중이실 때 지인들이 한달에 한 번씩 댁을 방문하여 찬송가를 불러 드리곤 했다. 그분의 민족 사랑의 마음에 비하면 너무나 보잘 것 없는 행위였지만 추억이 있어 그래도 다행이었다. 그 분의 따님이 한 말이 자꾸 입가에 맴돈다. ‘우리 아버지는 한국말을 “아이구” 밖에 몰랐다. 어릴 적에 일본으로 건너갔기에 우리 말을 잊었다는 데 우리 한국 이민자들을 보는 순간 한국말이 술술 나오더라는 것이다. 얼마나 사무쳤을까? 얼마나 그리웠을까 ?
그렇다. 이민 60주년에 우리가 돌아보며 앞으로 잃어버려서도, 잊어서도 안 되는 것은 우리의 언어다. 1차 이민자에게 우리 말 교육이란 환경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그 이후 2차 3차를 거치며 한국 이민자의 수요 중가는 우리 손으로 마침내 한국학교까지 세우는 역사적인 일도 일구었다. 의식은 생각을 바꾸고 환경은 본질을 잃게 되는 건지. 미련이 가득 남은 옛 일이 되어 버렸지만 이민 역사 속에 한 획을 그은 교육 사업이었고 지금도 어쨌든 이어가고 있다. 이 곳에서 태어났어도 뿌리를 알아야 한다는 한국인의 교육열은 급기야 한국 유학의 길도 문제없고 이중언어의 완벽에 가까운 구사력으로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브라질과 다른 나라에서도 맹활약을 떨치는 교포 2-3세대가 우리 곁에 있다. 종영 후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물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좀 더, 포괄적인 내용, 특히 교육에 대한 내용이 한 컷도 언급되지 않은 게 무엇보다 아쉬움이 살짝 지나 속상함에 이르렀다.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일 수 있겠지만......
지금도 열을 올리며 주말도 없이 지내는 교사들과 학생들이 있다. 곧 이어질 우리말 노래 부르기, 우리 말로 나의 꿈 말하기 대회,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알게 하는 역사 캠프...... 나라를 잃었어도 모국어를 잃지 않았기에 나라를 되찾은 유대인, 이스라엘 민족이 우리의 표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요즘 국제 결혼으로 태어난 세대의 자녀들이 한국어 교육에 열심이다. 이들은 주위의 이질성에 어려움이 다소 있을 것이다. 보듬어야 할 일도 우리의 과제다. 쭉 이어질 이민의 세월이 70년, 80년으로 계속 축적이 되면서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기에 ,기대감은 또한 희망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