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1. 갈라드리엘의 시험 

 갈라드리엘 마음속 깊은 곳의 권능에 대한 욕망은, 비록 사우론을 자기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나, 결국 그녀를 더욱 사우론과 동일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었다. 바로 이 욕망이 그녀로 하여금 사우론의 절대반지를 탐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갈라드리엘의 거울’에서 ‘사우론의 눈’을 본 프로도가 두려움에 떨며 그녀에게 절대반지를 맡기려 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지금 내놓으려는 것을 나도 마음속으로 대단히 오랫동안 탐내 왔음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드디어 반지가 여기 있습니다. 당신은 자유의지로 그 반지를 내놓겠다고 합니다!” (『반지의 제왕』 제 2권 7장 313-314쪽) 

 악을 제거하기 위하여 악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려는 것이 바로 시험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극히 간단하다. 갈라드리엘은 프로도가 자의로 내미는 반지를 집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담을 향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사탄의 시험도 그렇지 않았던가? 아담에게는 선악과를 취하여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고, 예수님께는 광야에 지천으로 깔린 돌로 빵을 만들어 취하여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취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것을 취하여 먹으라는 것이다. 

 용사 갈라드리엘, 현자 갈라드리엘은, 이 크나큰 시험 앞에서 자신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표출한다. 그 반지를 가지면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준다. 

 “[당신이 자유의지로 그 반지를 내게 내놓는다면] 당신은 암흑의 군주 대신 암흑의 여왕을 세우게 됩니다. 나는 암흑의 여왕이 되지는 않겠지만, 아침과 같이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밤과 같이 무서운 여왕이 될 것입니다! 바다와 태양과 산 위의 눈처럼 아름다운 여왕! 폭풍과 번개처럼 무시무시한 여왕! 나는 온 땅을 뒤흔들 수 있을 만큼 강해질 것이며, 모든 사람은 나를 사랑할 것이며 절망할 것입니다!” 

그녀는 주변의 모든 것을 어둠으로 변화시켰다. 프로도 앞에 선 그녀는 이제 거대한 모습으로, 놀랄 만큼 아름답고 외경스럽게 비쳐졌다. (『반지의 제왕』 제 2권 7장 314쪽) 

 2. 시험을 이기다

 시험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그 시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권능을 자의로 포기하는 것이다. 취할 수 있는 것을 취하지 않는 것이다. 즉, 자기부인이다. 이것은 새로운 자아, 즉 ‘새사람’이 태어나게 한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 “우리의 옛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힌 것은 죄의 몸이 죽어 다시는 우리가 죄의 종 노릇 하지 아니하려 함이니, 이는 죽은 자가 죄에서 벗어나 의롭다 하심을 얻었음이라(롬 6:6-7).”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 16:24).” 이것이 그리스도의 제자의 기본 조건이다. 

 그런데 이 세상의 관점으로는 새사람이 약해 보인다. 죽었기 때문이다. 죄로 인한 강성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사람은 진정 강하다. 시험을 이겼기 때문이다. 이 역설을 갈라드리엘은 이렇게 말한다. “시험을 이겼습니다. 나는 줄어들어, 서쪽으로 떠나, 영원히 갈라드리엘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