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고 이에 발 맞추어 새학기가 시작됐다. 52개월, 그러니까 4살을 갓 넘긴 쌍둥이 손자도 처음으로 배움의 길에 들어 섰고 나 역시 아이들을 가르치는, 또 다시 목청을 높여야하는 수업 시간이 시작됐다. 하필 첫 수업의 제목이 ‘나도 멋진 시를 짓는 시인’이다. 문학의 여러 갈래 중에서도 유독 가르치기 힘든 과제가 ‘시’를 지도하는 일인데 한국에서나 혹은 한국어로 수업을 할 때 전혀 장애를 받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세계의 도전 같이 나름 흥미롭고 때론 비정상적인 시의 수업이 매력이 있긴 한데..... 시의 깊이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과연 얼마나 시의 분석이 이해가 될까?

 일단 시작을 해 본다. 동시는 어린 아이를 위한 시고 동시에다 멜로디를 붙이면 노래가 되는데 이게 바로 동요다. 예를 들어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모두가 알 것 같은 자전거와 송아지 송을 노래까지 불러주며 예를 들었건만 아이들의 반응은 ‘왜 노래를 부르는 거지?’  이런 표정이다. 세대가 다르고 한국에서도 요즘 이런 동요는 부르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나의 어릴 적 국민학교 음악 시간에 배운 노래를 부르니 알 턱이 없음을 아이들의 표정으로 감지하고 곧장 본문으로 시선을 돌리며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일까? 난관이다.

 정호승씨의 시가 등장한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후략]

 먼저 후략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며 문장을 두 세 번을 같이 읽고 따로 읽었지만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의 반응에 예상했던대로 시의 분석은 정말 어렵구나! 하는 것을 직감했다.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일단.... 이 시에서 말하는 그늘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물체의 어두운 부분이 아니다. 시는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언어의 표현이 함축적이어서 그 단어가 말하고자 하는 뜻은 일반적인 낱말의 해석과 다르다..... 어렵다. 사전적인 낱말의 뜻인 그늘과 시에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그늘의 차이를 설명했다. 여기에서 그늘은 아픔과 시련, 그리고 고통이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비유하는 것이지. 은유법이란 말이 입가에서 빙빙 돌았지만 이렇게 들어가기엔 무리일 것 같아 서너 줄의 시를 풀이해주고 서둘러 알든말든? 넘어가려는데..... 한 학생이 손을 들어 질문을 한다.

 “선생님! 그늘과 그림자는 어떻게 달라요?”

 “그림자는 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물체의 뒤에 드리워 지는 검은 그늘을 말한다. 그러니까 그 어두운 부분이 그늘이 되는 거지. 나무 그늘에 앉으면 시원하지?” 상관없는 예까지 들어가며 눈치를 본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그늘은, 얼굴에 나타나는 불행, 우울 근심 따위의 괴로운 감정 상태를 말하는 거야. 그러니까 시인은 이러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거란다”.  

 “아, 네 이해했어요”

 대꾸를 해주니 설명이 근접은 했다고 생각했으나 수업 후에도 계속 맴도는 생각은 ‘아, 얘네들은 그늘과 그림자의 차이도 몰랐었구나...... 어휘의 확장이 필요한데,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