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1. 믿음

 “간달프,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잖아요. 왜 그러시죠? 반지는 내 것이라고요. 내가 발견했다고요. 그게 없었으면 골룸한테 죽었을 거라고요. 그가 뭐라고 하던 간에 나는 도둑이 아니에요.”

 “자네가 도둑이라는 게 아니야. 나도 물론 아니고. 자네한테서 그것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라 자넬 도우려는 것이야. 

예전처럼 나를 믿어주면 좋겠네.” -『반지의 제왕』 제 1권 1장 91쪽 

 드디어 간달프는 자신의 권능의 일부, 그러나 사람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권능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압도’는 억압이나 지배를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권능으로 억압하려는 것은 바로 사우론이다. 구세주는 자신의 권능을 사람이 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행사한다. 그러려면 사람이 자신의 죄와, 그로 인한 비참한 상태를 깨닫게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그의 권능은 부드러운 태양빛이 아니라 정죄하는 심판의 불이다. 그 가운데, 그 날카로운 시선,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그 시선이 날카롭게 꽂힌다. 

 사람은 왜 자기가 시달리는지, 왜 마음고생이 심한지, 왜 그것이 불안하게 만드는지, 왜 유혹을 받는지를 모른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알지만 모른척하고 스스로를 속인다. 그것이 정상이라면서 합리화한다. 자기 합리화를 이 수준으로 능숙하게 하는 것이 죄의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세주는 그러한 사람을 도우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자유롭게 되기에 필요한 것은 단 하나, 구세주를 믿는 것이다. 

 2. 죄를 고백하다 

 “죄송합니다. 참 기분이 이상하네요.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것 때문에 시달리지는 않겠네요. 최근에는 반지 때문에 마음고생이 참 심했답니다. 때로는 반지가 나를 지켜보는 눈동자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지요. 늘 그것을 끼고 사라지고 싶은 유혹도 받았고요. 이해하시겠어요? 가끔은 안전하게 있나 궁금해서 꺼내어 확인해보기도 했어요. 그 반지를 어디에 넣고 잠가버리고 싶었지만 주머니에 그것이 없으면 도대체 마음이 놓이질 않았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군요. 도무지 갈피를 못 잡겠네요.”

“나를 믿게.” - 『반지의 제왕』 제 1권 1장 92쪽

 구세주는 다시 한 번, 자신을 믿어야 죄로부터 자유롭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죄라는 것은, 분명히 사람이 그것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한 것이었는데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도무지 갈피를 못 잡겠네요’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동시에 그것이 죄임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스스로 그것을 벗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이 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선행’이다. 그러나 죄는 그런 것으로 벗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결국 사람은 절망한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사실 잔치를 그렇게 성대하게 연 것도 다 그 때문이에요. 선물을 많이 나눠 줘버리면 반지를 내어놓기도 쉬워질 줄 알았습니다. 결국 아무 효과도 없었지만요.” - 『반지의 제왕』 제 1권 1장 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