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새해를 맞이하는 명절인 ‘설’은 ‘쇠는’ 것인데요.  ‘쇠다’는 명절, 생일, 기념일 같은 날을 맞이하여 지내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한국의 전통 명절인 추석, 대보름, 단오 등을 맞아 지낼 때에도 ‘쇠다’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고유의 명절을 지킨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잊지 않음은 가끔 먹는 떡국도 이 날만은 특별한 음식으로 여기는 우리의 의식에서도 증명이 되긴 합니다. 코로나 전만해도 가족, 친지들이 모여 음식을 먹고 격식을 차리진 않아도 어른들께 세배도 하며 한 해의 시작을 나름대로 보냈는데 핑계거리를 정당화해 은근슬쩍 지나친 설이 서너 번 지난 것 같습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은 음력 설을 ‘구정’이라고 이해하시는데 이건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음력설을 옛 것이라고 폄하해 부르고 새로운 양력 설을 신정이라고 부른 것이 습관화 된 것입니다. 1989년 비로서 음력설을 ‘설’이라 명명하고 3일간 공휴일로 정했습니다. 한국식 달력에 빨간 숫자가 쓰여진 것이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떡국 얘기가 나왔으니 그 유래를 알아 볼까요? 떡국의 하얀 떡과 국물은 지난해 안 좋았던 일들을 모두 잊고 새 출발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흰 가래떡을 길게 뽑는 이유는 ‘장수’와 ‘집안의 번창’을 의미하고 가래떡을 둥글게 써는 이유는 엽전 모양을 연상시켜 물질적 풍요를 기원하는 소망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설’은 또 ‘삼가다’라는 뜻을 지닌 ‘사리다’의 ‘살’에서 비롯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를 말할 때 몇 살이라고 하지요. 또 각종 세시풍속 기록을 보면 설을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표현돼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라는 뜻으로 보기도 합니다. 어쩌면 나이를 먹는다고 표현하는 것도 떡국을 먹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가 늘어가면 인생의 연륜도 깊어지게 마련이니 지난 해보다는 올 해가, 또 올 해보다는 다음 해에 살아온 일에 대한 보람과 희생이 덩달아 늘어나야 되는데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장애가 생각을 가로 막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도 하지요. 그래서인지 새해에 빠질 수 없는 인사가 ‘건강’입니다.

 이제는 자녀를 넘어 손주들의 세배를 받을 나이가 되니 내가 올려 드릴 세배의 대상인 부모님이 모두 곁에 계시지 않아 생존에 많이 받았던 사랑이 새삼 그리워지는 설날입니다. 보통의 대화에 부모님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때 흔히 묻는 질문이 ‘부모님은 뭐하시는 분입니까?’라고 묻습니다. 내포된 의미는 직업으로 인한 경제성, 혹은 지위나 권력을 가늠하기 위한 물음이겠지요. 우린 앞으로 이렇게 질문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라고요.

 김종길 시인의 설날에 관한 시의 한 부분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운 것을 생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