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의 복음자리 이야기)“목사님, 칼이 안 들어요!”
2022/10/13 23:10 입력  |  조회수 :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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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주일에 점심을 준비하며 주방에서 목사에게 아우성입니다.“칼이 너무 안 들어요! 목사님” “이러다 사모님 손목 나가요.” 아니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육십평생, 생전 칼은 한 번도 안 갈아봤는데..... 무채를 쓸던 집사님이 한마디 하니까 옆에서 함께 점심을 준비하던 다른 집사님도 거드십니다. 솔직히 난 손재주가 없습니다. 유권사님, 저는 목회를 하면서 교회 주방의 이런 저런 일들을 해결해주시는 해결사 집사님들이 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남편들이 교회에 열심히 안 나오는 가정들이 늘어서 목사에게 칼이 안 든다는 항의를 하시기에 이르렀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한번 손봐보겠습니다.” 이렇게 얼버무리며 대충 상황이 정리되었습니다. 

 오늘 우리 식탁에는 우리가 사는 브라질 내륙에서는 참 귀한 생선구이가 올라왔습니다. 안쇼바라는 살이 찰진 맛있는 고기입니다. 주방 담당하시는 집사님이 당신 식당 식재료를 주문하면서 교회 식사당번인 것을 생각하고 듬뿍 주문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거기에 파란 고추냉이가 한 덩이씩 간장종지에 들어 있는 고급스런 상차림입니다. 계란말이, 김이 귀한 곳에서 김같은 케일튀김, 맵지 않은 파란 오이고추가 막장과 함께 등장합니다. 다들 만족스런 표정들입니다. 목사님은 왜, 빨리 식사기도를 하지 않나 하고 모두 나만 쳐다들 보십니다. 짧은 식사기도가 끝나자 아멘 소리가 우렁차고 짧습니다. 홍합 미역국도 시원하고 촉촉합니다. 제가 워낙 맛있게 먹으니까 식사당번 집사님이 교우들 눈치 못 채게 눈치껏 싸서 따로 한편에 챙겨 놓고, 10월에 멕시코로 발령이 난 박노권 김애경 집사님이 준비한 후식까지 먹고도 일어날 생각들이 없으십니다.

 이야기꽃들로 삼삼오오입니다. 이게 진정 코이노니야지! 

내가 밑에다 심어 키운 고수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섭섭했습니다. 앙상하게 뜯겨나가서 줄기만 남을 만큼 맛있게 드셨으면 감사하다든지 무슨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귀를 기울이는데 섭섭합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세요!”하는데 헤어지기 싫어하는 눈치입니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한 이백 헤알 쓰지 뭐”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지금부터 삼십분 후에 대학로에 있는 보라돌이에서 만나겠습니다.”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립니다. 보라돌이는 벽을 온통 보라색으로 칠한 우리도시의 명물 아이스크림 집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려오신 서너 대의 차에서 내린 교우들이 테이블 여럿을 차지하고 오늘 식사당번이었던 안소바 집사님이 종이를 들고 다니며 일일이 메뉴를 묻습니다. 나는 늘 거기에 가면 정해진 메뉴 “아싸이”가 있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집사님들 모임, 권사님들 탁자, 남자성도들 그룹, 주일학생모임이 자연스럽습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얼마나 힘들까? 포어에서 모국어를 찾은 이 자유함이 얼마나 좋을까? 두 노인네끼리 살다가 이렇게 삼대가 모여 떠드니 얼마나 좋으실까? 낯선 브라질로 아이들과 함께 살라온 은퇴 노부부에게 위안이 되는 모임이겠지? “오늘 아이스크림 값 보태세요”하고 식사 당번 집사님께 건넨 200헤알이 약간 모자랐을 텐데 어떻게 처리했나 궁금하지만 꾹 참고 주일오후 해방된 시간을 즐깁니다.

 유권사님, 주일예배 끝나고 ‘목사가운’ 벗어 옷걸이에 걸 때가 제일 홀가분합니다. 그 기분에 아이스크림까지 나누니 더욱 신이 나는 주일 오후입니다. 주방의 칼 가는 문제만 확인하면 만사오우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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