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제 1차 브라질 침공

 유럽의 대부분과 신대륙, 그리고 아프리카와 인도를 한 손에 쥐고 있던 펠리페 2세를 상대로 개신교신앙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독립전쟁을 벌인 네덜란드는 이 무렵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1588년 칼레 해전에서 영국화 함께 에스파냐의 이른바 ‘무적함대’를 격파한 네덜란드는 해상무역을 장악하였고 1602년 동인도회사를 설립하여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동방무역을 통한 자본을 축적하였으며, 1621년에는 에스파냐 령 아메리카 대륙의 영토와 무역을 장악하기 위하여 서인도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이들 회사는 단순한 국영기업 정도가 아니라, 해외식민지 건설로 독립전쟁 재원확보를 위한 정치조직과 경제조직, 외교조직과 육해군으로 이루어진 큰 단체였습니다. 

 네덜란드의 해외무역에서 신대륙과 관련된 품목은 오랜 동맹국인 포르투갈이 브라질에서 생산하는 설탕인데, 엄밀하게 말하면 설탕의 원료가 되는 원당이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이것을 수입, 정제하여 유럽 각국에 팔아 큰 이문을 남겨왔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 원당의 최대 생산지인 브라질이 적국인 에스파냐에게 넘어가게 되자, 네덜란드 연합공화국 정부는 서인도회사와 육해군을 앞세워 브라질을 네덜란드의 식민지로 만들 계획을 입안하게 됩니다. 

 사우바도르 공략

 네덜란드의 첫 번째 공격목표는 오늘날의 바이아(Bahia) 주의 주도이자 브라질 총독부 소재지인 사우바도르(Salvador)였습니다. 1624년 5월 9일 오전, 함장 야콥 빌리켄스(Jacob Willikens) 제독이 이끄는 전함 26척이 함포 509문과 육해군 병사 3천 3백명을 싣고 사우바도르 앞바다에 나타났습니다. 이 공격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었던 브라질 쪽의 방어병력은 정규군 80명에, 급하게 소집된 민병 천 명과 노예 5백명이었습니다. 네덜란드 측의 항복권유를 사우바도르 측이 거절하자, 네덜란드 함대는 함포사격을 시작하여 한나절동안 계속하였습니다. 방어군은 반격할 기미도 보이지 않은 채 도시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네덜란드 군은 병력을 사우바도르 앞바다의 좌우 측면으로 전개하여 그날 저녁까지 주변의 요새들을 전부 점령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네덜란드 육군이 도심에 진주하면서 사우바도르는 함락되었습니다.  

 이 첫 공격은 처음부터 상징적인 것으로 계획되었습니다. 브라질 식민지의 총독부 소재지를 타격함으로써 펠리페 2세의 이베리아 연합에 대한 경고를 의미하는 동시에, 유럽 북해 연안에서의 독립전쟁의 전선을 대서양으로 확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것은 브라질 식민지의 가장 강한 지점인 총독부 소재지를 공격함으로써 브라질 측의 응대를 살펴보려는 탐색전의 의미를 가진 것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함장 빌리켄스 제독이나 함락 후 군정을 맡은 요한 판 도르트(Johan van Dorth) 대령이 병사들에게 약탈을 허락했던 것입니다. 애당초 오랜 기간동안 머물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1624년 5월에 사우바도르를 점령한 네덜란드는 약 1년간 머물면서 최대한의 금과 은, 그리고 설탕의 재료인 원당을 확보하여 본국으로 실어 날랐습니다. 그러나 물론 가장 귀중한 것은 재화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브라질 북동부에 대한 세부정보와 지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