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프랑스령 남미(França Antártica)

 1555년 11월 10일 빌가뇽이 이끄는 원정대 6백여명이 과나바라 연안에 세운 식민지 ‘프랑스령 남미’의 구성인원은 실로 다양했습니다. 군인들과 상인들, 수공업자들, 심지어는 범죄자들도 있었습니다. 종교도 카톨릭 신자와 개신교인이 섞여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신대륙에 도착한 그들은 한마음으로 식민지 건설에 임하여, 3개월만에 섬을 요새화하고 항구를 정비하고, 뚜삐남바 족과 동맹협약도 맺고, 이듬해 육지에 상륙하여 오늘날의 플라멩고(Flamengo) 해안에 앙리빌(Henriville)이라는 마을을 세우고 벽돌공장도 세웠습니다. 

 빌가뇽의 편지

 모든 것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어가던 1556년의 어느 날, 원정대와 함께 브라질로 왔던 지리학자 앙드레 테베 신부는 건강이 악화되어 프랑스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고생과 각종 불만을 위로해오던 종교인이 떠나자, 온갖 반란과 문란함이 난무하여 식민지의 질서를 어지럽혔고, 총독 빌가뇽은 통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 국왕과 콜리니 제독에게 보고서와 함께 지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동봉하였으나, 당시 프랑스는 종교개혁을 둘러싼 내분이 심화하여 빌가뇽이 요청한 지원을 보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빌가뇽은 또한 유럽의 다른 유력자들에게도 특사를 통해 친서를 보냈는데, 그 중 한 곳이 바로 개신교 도시국가 제네바 공화국이었습니다.  

 칼빈의 해외선교계획

 당시 제네바 공화국은 개혁자 요한 칼빈을 중심으로 한창 개혁파 개신교회가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유럽 각지에서 카톨릭 교회에게 핍박받는 개신교 난민들이 모여들어 인구가 급증해서 국력이 크게 신장되는 시기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빌가뇽의 특사가, 식민지를 기독교 신앙의 바른 도리로 개혁하고 나아가 인디오들에게도 구원의 길을 열어줄 수 있도록, 목사들뿐아니라 성경교리에 밝은 일반교인들도 파송해주기를 희망한다고 적힌 친서를 제네바에 전달하자, 공화국 정부와 칼빈은 신대륙에 개혁파 개신교회의 선교지 및 피난처를 세우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당장 남미에 지원을 보낼 수 없던 프랑스의 콜리니 제독 역시 비슷한 의견을 담은 서한을 보내자, 칼빈과 제네바 개혁교회는 교회설립 중심의 해외선교계획을 수립하고 제네바와 프랑스에서 이민자들을 모집하여 원정대를 결성하였습니다.

원정대 지도부는 제네바 교회 목사인 피에르 리시에르(Pierre Richier)와 기욤 샤르티에르(Guillaume Chartier), 그리고 기사인 필립 드 코르기래 뒤 퐁 경(Phillippe de Corguilleray seigneur Du Pont)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인원은 약 3백명 정도였습니다. 그들은 빌가뇽의 조카 부아-르-콩트(Bois-le-Comte)가 지휘하는 3척의 군함에 나누어 탑승하고, 마침내 1556년 11월 19일 프랑스에서 출항하였습니다. 대서양에서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군선들과 몇 번 교전이 있은 후, 드디어 1557년 2월 26일에 브라질 과나바라 만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들이 세리지뻬 섬의 콜리니 요새에 들어가자, 빌가뇽은 부하들과 함께 그들을 크게 환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