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어머니가 치매증상이 급속히 진행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걱정이 앞섰습니다. 거기다가 아버지도 암으로 호르몬치료를 시작하시게 되어 졸지에 두 분이 다 환자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4월 한국방문할 때도 건강하셨는데..., 여동생 부부인 ‘찬숙이와 정배’가 옆에서 건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부모님들이 건강할 때는 자녀들이 함께 모이는 재미로 사셨는데 그래서 미끼 상품으로 감자, 마늘, 고구마, 김장담그기, 장 담그기까지 최소한 다섯 번은 자녀들이 모였습니다. 거기다가 보너스로 이른 봄에는 봄나물 나들이, 어름에는 자두와 복숭아 나들이, 가을에는 체리와 사과 밤과 감 따기가 패키지처럼 자녀들을 흡입했습니다.

 자식들 호령하시던 어머님이 요양원으로 가시고

 다들 도시에서 바쁘게 살고 있어서 시간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을 알고 미리 고지하는 의무는 어머니의 몫이었습니다. “아무개야, 다음다음 주엔 감이 익을 것 같다. 시간이 되겠냐?, 요즘 봄나물이 참 좋더구나, 엄나무 순이 다음 주면 쇨 것 같다! 달래장이 참 맛이 있더구나! 달래 캐러 올 수 있냐?, 이번 김장은 토요일에 하려고 한다. 김치 통 다 가지로 와라. 고구마 캐는 날이다. 속노란 고구마 좋아하는 친구들 데리고 와라.” 어머니의 전화는 여왕의 고지요 선포였습니다. 그런데 그 절대 권력을 가진 어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왔습니다. 초기에는 자녀들이 그림그리기 밑그림에 색칠하기 등등, 더 발전되기 전에 약을 드시게 하며 총력대응을 했습니다. 그러나 한계가 왔습니다. 방문요양사 제도 이용하기, 주간보호센터 등을 활용했으나 한 사람이 전적으로 붙어 있어도 힘이 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통제 불능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사회복지사인 여동생이 출퇴근을 미룰 수도 없고, 직장생활을 하는 여동생 남편이 회사를 그만 둘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늘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에게도 암이 찾아와서 당신도 보호대상이 된 것입니다. 지난 설 때 여동생 부부는 6명의 조카들에게 너희들은 태어나는 날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가 매주 하나님께 헌금하고 기도하면서 일천번제를 드린 손자손녀들이다. 또한 여섯 손자녀들에게 대학에 입학하는 날 할아버지께서는 입학선물로 노트북을 선물해 주셨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프시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다 큰 손자 손녀들과 의논을 했습니다. 큰 손녀딸 다운이가 즉석에서100만원을 내놓으며 치료비를 보태고 손자 6명이 매달 할아버지 통장에 용돈을 넣어드리기로 결의했다며 “오빠 이제 아이들이 다 컸어요.” 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지금 사실상 보호자인 여동생이 뭔가 결단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어머니 요양원 입원, 아버지 치료와 간병 강화 그리고 온가족이 집중해서 부모님을 돌보자는 결정을 정초에 다짐했습니다. 어머니는 가까이에 있는 은혜요양원에 입원하고, 아버지는 암치료에 집중하고 요양원 직영병원인 강화비에스 병원과는 기도삽관이나 심폐소생술 등 연명치료는 안하기로 하고 왔다고 했습니다. 논란이 되는 연명치료는 임종과정에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부착과 그 밖의 의학적 시술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 연장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손자녀들이 병원비와 요양비 드리기로

 엊그제는 요양원에서 갑자기 가래가 심하고 청색증이 와서 산소호흡기 끼고 응급실에 가는 일까지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빠부부가 한국에 오는 4월까지 잘 견딜 수 있도록 기도 많이 하세요.”라는 문자가 최근 ‘가족 카톡방’의 마지막 대화입니다. 동생은 무슨 느낌이 들었는지 동영상으로 믿기지 않는 어머니와 대화를 하는 걸 오 분 정도 찍어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민자들, 외국 근무를 하는 주재원들, 선교사들이 이미 다 겪은 경험을 늦깎이로 체험하면서 이것이 이별연습이구나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비슷한 또래인 장모님은 2년 전에 세상을 떠나셔서 납골당에서 만나 뵈었고, 이제 장인어른과 부모님이신데 ‘튼튼, 강령충만’하다는 이야기보다는 호르몬치료, 요양원이야기가 대세인 요즘입니다. 유권사님, 그리고 2월 12일 토요일 9시 15분 저희 어머니는 전화로 아들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으시고 하나님 나라로 떠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