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에서)신호등
2022/02/11 05:50 입력  |  조회수 : 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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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자주 심기가 불편해짐을 느낄 때가 정말 많다. 길을 걷는데 느닷없이 툭 치고 가는 행인을 본다. 버스 안에서 끊임없이 큰 소리로 전화하는 강심장, 남이 보거나 말거나   있는대로 입을 벌리며 하품을 하는 남녀노소, 손톱을 물어 뜯는 이상한 동작으로 불쾌감을 주고, 운전 중에 부저를 울려대고, 모든 이가 오르고 내리는 계단에 앉아 수다를 떠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일이니 새삼스러울 일도 아닌데, 별난 사람처럼 별것도 아닌 잡다한 것들에 마음을 쓰는 일이 또 있다. 고장이 났는지 멈추어 있는 -하루에 두 번은 맞는- 벽시계, 다림질이 안된 구겨진 와이셔츠, 메니큐어가 반쯤 벗겨진 손톱, 입지도 않으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옷장의 옷들, 몇번이나 치우겠다고 다짐하면서 오늘도 그냥 지나치는 베란다의 깨진 화분, 아까워하며 버리지 못하는 냉장고의 남은 음식…… 좋은 것도 많은 데 일부러 짜증나는 것들만 골라 쓴 글의 시작도 사실 불쾌한 일이 된 것 같다.  

 여유있게 사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밴 사람이라면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긴장하고 초조해하며 산다.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급히 가야하는 데 계속해서 신호등이 빨간 불이다. 잠시 잠깐이라지만 파란불이 켜지길 기다리는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내가 늘 다니는 길에는 신호등이 세 개 있다. 이 신호등이 바뀌는 시간이 제각기 달라 늘 긴장해야 하는 게 솔직히 짜증이다. 그 중에 첫번 째 신호등은 파란불로 바뀌자마자 깜빡거리며 곧 빨간 불로 바뀔거라는 신호를 보낸다. 발걸음이 덩달아 바빠진다. 그냥 건너면 되지 뒤따라 오는 할머니가 걱정돼 그 와중에도 오지랖을 떨기도 하고  순간, 고장이 난 것은 아니니 다행이라고 고마워하는 마음도 챙긴다.

 [사람들은 파란불이 켜져 마음 편안히 살 때에는 고마움을 모르고 지나친다. 그러니 어려움이 찾아오면 어떡해야 할지 모르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빨간 신호등 앞에서 파란불이 들어오길 기다리듯이,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파란 신호등이 켜질 날을 기다려야 한다. 서두르면 파란 신호등은 좀처럼 켜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열심히 노력하여 극복해야 한다.]  

 홍미숙씨의 [신호등]이라는 수필의 일부이다. 우리의 삶을 빨간색과 파란색의 신호등에 비유했다. 신호등은 우리의 안전을 위해 안내의 역할을 해주는 것인데 가끔씩 고장이 나 멈출 때가 있다. -내가 사는 곳에서- 이럴 때마다 주위의 눈치를 보며 길을 건너야 하는데 일단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길 기다리고 어느 정도이다 싶으면 다같이 합심하여 돌진한다. 그러면 내심 안전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나름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스스로를 추켜세우는 영특함으로 비합리적인 행위를 덮어버린 후, 생각해보니 첫 번째 신호등이 규칙적인 시간의 간격이 아니더라도 고장난 것보다는 그래도 낫다는 너그러운 마음이 또 스물거리며 올라온다.

 우리의 인생에는 누구든지 신호등이 있다. 내 신호등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빨간 불이 파란불로 바뀌는 순간 힘찬 걸음을 당당하게 내딛고 다시 빨간 불이 들어 오면 그 자리에 서서 잠시 기다림의 인내를 터득하면 된다. 인생에 늘 파란불만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파란불이기만을 바라는 것도 욕심일 수 있다. 나 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빨간 불은 다음에 파란불이 켜진다는 무언의 신호다. 빨간 불만 보지 말고 뒤에 곧 켜질 파란불을 기대하자. 어려운 일이 지나면 좋은 일이 올 거라는 신호등의 원리를 생각하자. 우리의 길을 안전하게 해주는 고마운 신호등처럼, 누군가를 지켜주는 신호등이 될 수 있다는 욕심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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