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룰라

 룰라가 내년 대통령 선거에 다시 등장 할 것 같습니다. 베네수엘라의 휴고 차베스와 남미 좌파운동을 이끌었던 그는 북동쪽 빈민가 출신, 노동운동의 아이콘, 노동자당(PT)의 창설자였고 3전 4기 끝에 2003년 대통령에 취임해 8년동안 집권했습니다. 광범위한 좌파세력과 가톨릭 교회의 지원을 입은 룰라정부는 중도좌파 노선을 유지하며 공과 과를 남깁니다. 전문가들은 복지정책과 토지개혁을 중심으로 빈부격차를 줄이 데 어느정도 성공했다고 분석합니다. 저소득층 현금지원 프로그램인 볼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는 극빈층을 끌어올렸지요. 퇴임 시 80%가 넘는 지지율은 최소한 정권기간 동안은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가족과 측근의 부패스캔들로 기소되어 옥고를 치르고 혹자들은 희대의 도둑이라고 조롱하지만 룰라의 인기는 여전합니다. 무엇이 이토록 그를 정치권에서 떠나지 못하게 할까요. 바로 대중영합주의라 불리는 포퓰리즘(populism)때문입니다. 

 포퓰리즘

 포퓰리즘은 대중이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정치철학입니다. 근대 국가들의 국민이 소수권력자들의 지배를 받는 다는 점에서 포퓰리즘 성격이 있지요. 민주주의도 국민 개개인의 주권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입니다. 핵심은 다수, 대중, 민중입니다. 소수보다 다수를 대변하기 때문에 엘리트, 기득권 세력과 대척점에 있습니다. 세바스찬 에드워즈(Sebastian Edwards)는 불평등의 원인과 해결에 대한 열정적인 언사로 대중에게 어필 할 수 있는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개인이 주도하는 정치적 운동이라고 포퓰리즘을 소개합니다. 포퓰리스트들은 과두집권층, 자본가, 대기업, 외국기업등 소수 권력과 자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대변합니다. 에드워즈는 포퓰리즘을 지속 불가능한 높은 재정적자와 확장 통화정책을 실행하고 공공부문 임금인상을 강제함으로써 소득을 재분배하는 일련의 경제 정책이라고 정의합니다. 한마디로 성장보다는 분배에 관심을 가지고 부의 편중현상을 막고자 하는 경제정책인데, 항상 낮은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기 때문에 사회 변화와 경제개혁의 일관성 있는 정책이 부족한 점도 부인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포퓰리즘을 좌파와 진보운동의 전유물로 여기지만 경제정책을 설계할 때 다수를 염두 해 둔 사회환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포퓰리즘은 좌파들의 독점적인 정치철학이 아니라 우파도 추구합니다. 그리고 모든 중도좌파 정부가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추구하지는 않지요. 결국 포퓰리즘은 정치이념의 좌우를 떠나서 유권자인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받기 위한 단기적인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판데믹시대를 지나면서 전세계 정치가들은 나라의 곳간을 열어 국민들의 삶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포퓰리즘의 시대입니다. 

 브라질

 룰라와 지우마 정권을 거치면서 브라질은 포퓰리즘에 익숙해졌습니다. 우파인 보우소나루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계층, 임금수준, 학력,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다수의 브라질 국민은 정부에서 무언가 주기를 기대하고 있지요. 정부가 빈민층을 돕는 가장 쉬운 방법은 조건없이 주는 것입니다. 극빈층에게 살 곳을 제공하고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주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하지만 동시에 해야 할 일은 이 계층이 지속가능한 경제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포퓰리즘에 익숙해진 국민은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생산성과 기술은 탄탄한 노동계층의 바탕에서 엘리트들의 머리로 꽃피울 수 있습니다. 포퓰리즘이 정말 다수를 위한 정치철학이라면 물고기를 입에 넣어주기 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