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서둘러 과거를 보러 떠날 채비를 하던 그의 앞 길을 수십명의 사람들이 가로 막으며 치료해 줄 것을 애원합니다. 자신의 미래와 고을 사람들의 생사의 길에서 고민하는 남자…… 고을에 남아 환자를 돌보기로 결정하고 갈등을 접습니다.] 의성(醫聖) ‘허준’은 그가 겪었던 많은 일들을  [동의보감]에 기록했습니다. 이 내용은 그 중, 한 사건의  일부를 요약한 것입니다.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쪼이었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은 이렇게  사건의 중요성이 제시되면서 시작합니다. 점순[여주인공]은 ‘나’[남자 주인공] 라는 청년을 좋아하지만 직접적인  말로 고백하여 표현하지 못하고 애꿎은 ‘나’의 수탉을 못살게 해꼬지하는 행동으로 상대의 관심을 끌어 보려고 합니다. 이에 점순이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갈등이 생깁니다. 순진한 시골 청년은 결국 점순이네 닭을 죽이게 되지만 이 사건은 다행히 서로의 오해를 푸는 계기가 되면서 점순과 청년의 풋풋한 사랑은 동백꽃 속에 묻혀 아름다운 결말로 끝이 납니다. 문학 작품의 두 예에서 [갈등]이라는 말을 생각하려고 합니다. 삶이란 갈등의 연속이라고 할 만큼 삶과 떼어 놓을 수 없는 말입니다. 한자어로 풀이하면 갈[칡]과 등[등나무]이 얽혀 있는 것이라 하니 반드시 서로 다른 두 개의 그 무엇들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됩니다. 갈등이 어떤, 크나 큰 일이나 긴장된 사건이 있어야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사소한 일이지만 매일 흔하게 겪는 것들, 점심은 무얼 먹을까,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오늘은 누굴 만날까,…… 심지어 아직 닥치지도 않은 앞일에 관한 생각까지 보태어 머리는 쉴 틈이 없을 그 때도 갈등이란 것이 존재하지요. 그러나 우연히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갈등이란 말이 필요 없습니다. 그야말로 생각하지 않은 일이니까요. 갈등은 서로 다른 욕구로 인해 발생하는 긴장감과 의지적인 두 성격의 대립 현상이 있으므로 문학작품에서 이것을 사용하게 되면 감정이 고조되는 현상이 되어 독자는 한껏 필연적인 사건에 매달려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또한 결말을 궁금해하는 유도과정이 발생하기도하며 갈등이 해결되는 결론을 맞게 되기도 합니다. 신묘한 의술로 박애를 실천한 허준은 진심어린 마음이 있었기에 갈등을 해결한 것이고 아름다운 결말을 맺은 동백꽃의 주인공들은 오해가 풀렸기에 갈등이 해결된 것입니다. 내적 갈등이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지만 외적 갈등은 어떠한 방법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어떤 원리를 따르더라도 긍휼, 인내, 온화함, 존중, 유연성과 같은 품성을 겸비하지 않으면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칡과 등나무가 얽혀 있는데 서로 줄을 당기면 어떻게 될까요? 풀려고 할 때에 한쪽은 가만히 있어 주어야 잘 풀립니다. 그래서 때론 바보같은 기다림이 필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