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이 ‘그리움’이라면, 뜻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보기에 딱하여 애타고 답답한 마음은 ‘안타까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할 상황이 될 때 그리움은 더욱 쌓이게 되겠죠. 그리움의 대상은 무수히 많습니다. 고향을 비롯하여 어린 시절, 혈육…. 그 중에서도 죽은 임이나 혈육에 대한 그리움은 대상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으로 더 안타깝게 됩니다. 그래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모두 포함된 정서는 이별이나 사별의 경우에 그 강도가 더 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 해가 시작되며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별의 소식이 있었습니다. 신실한 믿음의 종으로 하나님과 함께하신 장로님들이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두 편의 시로 마음을 달랩니다.
[어느 날 당신이 내게 오셨을 때 나는 미친 회오리 바람이 되었습니다. 쏟아져 내리는 벼랑의 폭포,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비가 되었습니다 / 바닷물이 작은 여울을 마시듯 당신이 다시 그를 데려가시고 / 그 훠-ㄴ 한 내마음에 마지막 타는 저녁 노을을 두셨습니다. / 그리하여 또 한 번 내 위에 밝는 날 / 이제 산골에 피어나는 도라지꽃 같은 내 마음의 빛깔은 당신의 사랑입니다.] 서정주<다시 밝는 날에>
임을 그리워하고, 사모하고, 만나고, 이별하고, 다시 기다리는 시적 화자의 정서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기 구름같이 들뜬 마음으로 사랑을 하고 벼랑의 폭포,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비처럼 열정적인 사랑을 하다가 저녁놀이 지는 황혼의 시기에 아픔을 느끼는 헤어짐이 있게 됩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일찍…… 다시 밝음이 찾아오고 도라지꽃 같은 순수한 마음의 사랑을 간직하며 기다림의 세월이 지나야 다시 만날 수 있음에 그 그리움은 더욱 쌓여갑니다.
한 때 ‘접시꽃 당신’이란 시가 전국의 아내 사랑의 표본이 되는 가장 아름다운 시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도종환 시인은 현재 시를 쓰는 정치인이 되었습니다. 투병 중에 낳은 넉달된 아이와 세 살박이 두 자녀를 두고 아내분은 세상과 이별을 했답니다. 그의 다른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은 시련과 고난을 겪으면서 완성되는 사랑을 노래했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 흔들리면서 곧게 세웠나니 /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사랑의 완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시련과 고난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노래했습니다. 남편을 하늘 나라로 보내신 두 분 권사님, 반 년이 지나가도 이런저런 환경 조건을 핑계로 만나 뵙지 못함이 너무 송구합니다.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한 장의 글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