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사회학적 가족
사회학적으로 현대의 가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상을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과 노동이라는 경제적 기반이 가족 안에서 어떻게 분화되어 있는 지, 특징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지요. 가족 안에서 질서, 위계구조는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 지, 형제들과의 관계, 부모와 자녀들과의 관계 설정은 어떤지에 대한 질문도 가족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가족 구성원들 혹은 가족 전체가 사회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사회적 복지와 같은 사회 지원 네트워크가 가족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한 지점입니다. 부모의 세계관과 직업이 자녀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 지, 부모의 믿음과 규범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 지, 가정 내에 자녀양육의 지분은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되어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사회학에서 던지는 질문입니다.
다양성의 눈
가족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입니다.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인간은 가족 안에서 삶을 시작합니다. 가족을 통해 부모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가족을 통해 세상을 보고, 배우고, 적응합니다. 우리가 보는 브라질 친구들은 가족 안에서 형성된 사회적 존재입니다. 브라질 가족을 이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한국이야 단일 민족, 순수혈통을 강조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족은 이런 것이다’고 하는 개념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미워도 부모와 자식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이지요. 형제는 어떻습니까. 가장 어렵고 필요할 때 팔이 안으로 굽지 않습니까. 하지만 브라질의 가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지형적으로 넓고 다양한 배경의 인종이 섞인 곳이기 때문에 가족의 구성, 규범, 실천, 그리고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지역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제각각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가족의 이상형은 현실에서 마주치는 내 친구의 가족과는 다르지요. 그리고 지금도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가족의 구성과 관계도 브라질에는 존재합니다. 다양성의 눈은 브라질 사회와 가족을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가족의 변화
Maria Audiliadora Dessen과 Cláudio V. Torres(2019)는 시대별 브라질 가족의 변화를 소개합니다. 1890년-1930년대는 양성평등이 태동한 시기였습니다. 복종, 순결, 세심, 협동이 가정 내 여자아이들에게 강요되었지만, 존경, 정직, 순종, 노동의 윤리와 가치가 남성, 여성 모두에게 적용되기 시작했지요. 20세기 중반부터 브라질 가족은 여성의 사회참여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전에 교육에서 배제되어서 가족의 책임과는 무관했던 여자 아이들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가정 내의 성의 역할(sexual roles)과 관계의 변화에 영향을 주어 여성이 그들의 가족의 책임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었습니다. 20세기 후반은 고등교육과 전문직을 가진 중산층 여성이 증가하게 됩니다. 여성의 사회 접촉이 용이해짐에 따라 가정 내 성적 불균형과 여성의 복종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정 내에 권위를 행사하는 것은 남성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녀 양육이 부모가 아니라 자녀중심으로 옮겨감에 따라 전통적인 엄마의 역할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21세기에 들어 브라질 가족은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가족 구조로부터 아빠와 엄마가 가족의 재정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고, 가사 일과 자녀 양육에서 아빠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