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오늘은 세아제에 가서 야채들과 망고를 잔뜩 샀습니다. 세아제는 쉽게 말하면 한국의 “청과도매시장” 같은 곳입니다. 모든 과일과 농산물들이 집결되는 도매시장입니다. 도매시장은 요일마다 문을 여는 시간이 각각 다릅니다. 우리 동네 교우들 가운데 식당을 하는 성도들이 거기서 싱싱한 것들을 사다가 부식 재료를 삼습니다. 저 같은 문외한(門外漢)이 봐도 참 싱싱합니다. 그러니까 동네 야채가게들이 거기서 도매가로 사다가 소매로 며칠 동안 판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입니다.
 ‘당(糖)나라 백성’인 저는 의사가 강력하게 채소 위주의 식사, 탄수화물보다는 단백질 식사를 처방한 이후 아내가 더 바빠졌습니다. 대충이 안 통하는 성격인지라 식단이 바뀌고 식사 순서도 뒤집어졌습니다. 밥 중심, 반찬은 부식으로 한꺼번에 먹는 혼식이 아니라 야채, 단백질, 탄수화물(야/단/탄) 순서로 먹으라고 고집입니다. 막말로 야채로 배를 채우고 맨 마지막에 탄수화물인 밥 한 숟가락 먹는 그런 식단입니다. 세아제에 가서 오이 호박 가지 비트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토마토 양파 슈슈 등 각종야채를 샀습니다. 아무리 야채 위주의 식사를 주문했지만 두 식구가 먹어야 얼마나 먹겠습니까? 닭 모이만큼씩 사서 각각 포장을 합니다. 그리고 옆 가게로 옮겨가서 과일을 삽니다. 바나나, 망고, 스타푸르츠, 복숭아 이런 과일들을 한 주간 분량을 삽니다. 어떤 때는 배추 여섯 통들이 한 상자를 사서 김치를 담아 이웃과 나누기도 합니다. 교우들과 함께 가면 전 기사로 따라가서 옆에 붙어있는 유리화원에서 꽃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날도 아내와 제가 늘 가는 가게에 갔습니다. 워낙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가게인지라 거기서 김진홍 집사가 장을 보고 있어 눈인사를 했습니다. 한 보따리임에도 40헤알, 만원이 채 안 되는 그런 정도입니다. 야채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환차까지 적용되어 싸기도 하고 싱싱하기도 한 각종채소들이 슈퍼마켓 가격에 비해 싸고 싱싱합니다.
 야채는 싱싱한 것, 과일은 숙과(熟果)된 것
 야채는 싱싱한 것, 과일은 숙과된 것을 사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바나나는 반점이 생기기 시작한 것, 망고는 무르기 시작한 것 등 많이 잘 익어서 당장 먹기 좋은 그런 과일을 고르면 참 쌉니다. 이것이 세아제에서 과일 고르는 포인트지만 장사하시는 분들은 기준이 다를 것입니다. 그날은 숙과된 망고. 지금 당장 먹기 좋은 망고 한 박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45헤알(약 9천원)입니다. 그 옆에 같은 망고지만 지금 익기 시작한 망고는 80헤알이 넘었습니다. 나에게는 대박입니다. 2헤알 깎아서 43헤알에 사고 다른 과일들도 함께 사 집으로 왔습니다. 우리 집 망고는 잘 벗겨서 마구잡이로 숨어 있는 씨를 분리해서 크게 두 조각을 냅니다. 그리고 씨를 발라 망고 살과 씨를 분리해서 쥬스를 만듭니다. 두 조각 낸 망고는 막대에 껴서 비닐 포장을 한 후 냉동고에 넣습니다. 그러면 일단 ‘생과일 아이스망고바’가 됩니다. 우리 집 명물입니다. 망고는 당장 잡아야 할 것, 내일 잡아도 될 것으로 구분을 했습니다. 말랑거리는 것은 당장 작업을 하고 좀 덜 익은 것은 기다립니다. 냉동고 한 칸에는 노란 색 망고가 얼었고 밖에서 보면 성에 낀 흰색입니다.
 이런 작업은 코로나 정국에서 브라질 목회의 낭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기는 합니다. 그러나 성도여러분, 혹시 덥고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오세요. 함께 ‘정찬성 표 천연 아이스망고바’ 하나씩 나누며 시름을 떨어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