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이민자 생활은 참 고달픕니다. 또한 의지가지도 없는 냉혹한 삶의 현장입니다. 지난 주간 이성경 집사의 어머니이신 박상례 집사(72세)가 대한민국 부산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모두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발만 동동 굴리는 중에 진취적 사고를 가진 그는 빛바랜 어머니 사진 한 장과 국화십자가를 준비하고 목사에게 어머니 장례예배를 부탁해왔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에서 그는 야외에서 드리는 장례예배를 제안했습니다.
어머니 시신은 한국에, 환송예배는 브라질에서
우리교회 뒷마당에 친 그늘천막과 장의자 여섯 개, 그리고 목사가 좋아 하는 통판 탁자를 생각한 것입니다. 지난해 11월에 브라질선교교회 창립 10주년 예배를 준비했던 그 경험도 한몫 했던 게죠. 우리는 주일예배를 마치고 이어서 고 박상례 집사 천국환송예배를 드렸습니다. 플라워아티스트인 그가 십자가 모형의 오아시스에 어머니 나이만큼의 국화를 꽂아 제단 앞에 세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가지런히 세웠습니다. 야외에서 사용하는 마이크가 설치되고 상파우르에서 온 지인들과 교우들이 함께 했습니다. 이대영 집사와 함께 차분히 준비한 장례예배를 위해서 상파우르의 강성복 목사가 먼 걸음을 달려 이 예배에 참석해서 유족들을 위로했습니다. 까롤로스 목사가 조사로 유족들에게 소망을 주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고국에 계신 부모형제의 부음소식을 듣고 허둥대던 경험들이 다 있습니다. 콩콩 뛰며 아등바등해서 달려가도 이미 장례는 다 끝나고 삼우제에 가서 설움을 달래던 경험 말입니다. 작년 제 아내도 장모님의 부음소식에 며칠 동안 안절부절 못하다가 결국 한국 가는 것을 포기하는 모습을 옆에서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제 마음은 아내와 한국의 가족들에게 죄인이었습니다.
유권사님, 이곳에서 부음소식을 듣고 아무리 서둘러도 나흘입니다. 하루에 한번 새벽 두시 심야시간에 출발하는 한국행 비행기는 이미 하루를 잡아먹습니다. 그리고 만 24시간도 더 걸리는 비행시간이 있습니다. 중간기착지에서 몇 시간 대기하는 시간도 있습니다. 거기다가 날짜 정지선이 있어서 한국 쪽으로 넘어가면 태평양을 건너면서 하루가 늘어납니다. 브라질공항에서 ‘코비드검사 음성확인서’를 받아야 비행기 탑승이 가능합니다. 인천공항에 내려서도 비슷한 검사로 또 몇 시간이 지납니다. 이렇게 서둘러서 달려가도 이미 장례는 끝나 있을 것입니다.
수목장 가족묘지 조성을 위한 한국행
이런저런 경험을 한 우리는 아예 포기를 하거나 장례를 오일장으로 늘려 잡아야 겨우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으나 이미 세상 떠난 다음에 뭐 그리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성경 집사는 우리 생각과 많이 달랐습니다. 여기서 맏딸로서 어머니의 천국환송예배를 드리고 한국에 가서 유골함에 담긴 어머니를 가족들과 함께 수목장(樹木葬)으로 모시고 와야겠다, 그래야 선산에 가족묘지(家族墓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야멸찬 계획을 갖고 한국행을 했습니다. 그러나 신도시 개발 바람 등 선산에 수목장례를 모시는데 변수가 생겨서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 달에 이집사가 브라질로 돌아오면 천국환송예배 실황을 담은 파일을 전달하며 한국에서의 ‘장례 모신 이야기’를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