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어떤 조직이던지 조직원 전체가 다 열심이 있는 건 아닙니다. 사회단체들도 마찬가지고 교회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교회 부임해보니 좋은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는 집사님이 계셨습니다.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야외예배, 헌신예배, 수련회, 성탄절 어린이 발표회 등등 교인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김성일 집사와 카메라가 있는 겁니다.
저도 교회사를 전공한 사람이어서 역사자료의 중요성을 늘 생각하는 터라 김집사의 자료 챙기기는 감사할 일이었습니다. 크게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주보표지를 매주 바꾸면 그 자료 중 일부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주 교우들의 신앙생활과 관련된 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금방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유권사님, 작년 금년에 돌발적으로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있기 전에는 부활주일 예배 마치고 저녁비행기를 타는 일정으로 연회 참석을 위해서 한국에 가면 연회본부나 남미후원회 목사님 교회에서 설교하도록 조정해주는 관례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선교보고란 이름으로 여러 교회에서 보고도 하고 설교도 하고 선교비도 받는 그런 부지런한 선교사님들도 계십니다. 저는 ‘나이 살이나 먹은 목사’여서 후배들을 위해서 가급적 특별한 부탁이 아니면 조용히 지내려고 애를 씁니다.
‘김집사표 엄지손톱 파일’이 기적을 부르고
한 시간이라도 양친 양가 부모님과 같이 있길 원하고 만나야 할 사람들 편의를 위해서 서울의 선교관에 숙소를 정하고 한 달을 삽니다. 한국에 갈 때는 누가 “정목사 당신 브라질에서 그냥 놀고먹는 거 아니요, 뭘 하고 사는지 한번 이야기나 들어 봅시다.” 이런 돌발적인 질문에는 대비해야겠다는 생각과 팔순노모에게 “엄마 난 한 해 동안 이런 일을 하면서 교우들과 지냈어요.” 이런 이야기를 위해서 김성일 집사에게 일 년 사진 찍은 것 중에서 골라서 한 십오 분 정도 볼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처음에는 “목사님이 무슨 말씀하실 것인지 이야기를 만들어 주시면 거기에 맞는 자료를 준비 할게요.” 하고 의아해 했습니다. “다 그게 그거지 뭐 다 우리이야긴데요. 그냥 만들어보세요!” 그래서 “김성일표 엄지 손톱만한 파일”이 하나 탄생했습니다. 그래도 그게 있어서 한국에서 든든했습니다. 그 엄지손톱파일이 힘 좀 썼습니다. 춘천의 어떤 교회가 목사님의 전폭적인 의지와 김성일 표 파일 그리고 성령님의 감화와 감동으로 이천여 만원을 지원받아 건축헌금에 보탰습니다.
주보와 표지사진 전시회가 추억을 부르고
주보표지 이야기하다가 “자나 깨나 건축, 다시보자 건축, 저렇게 짓자 건축” 등으로 주제가 흔들렸습니다. 그런 과정으로 몇 년간 김집사가 저에게 눈을 뜨여줘서 교회 청년들과 10주년 영상메세지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매주 김성일 집사와 함께 주보표지를 광범위하게 찾아내고 있습니다. 고향이 그리운 우리 교우들에게 고향을 생각하게 하는 사진, 계절이 불분명한 곳에서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사진들, 교회 행사나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외부 강사로 오시는 분들과 함께 찍는 사진 등등.... 앞으로도 주보 표지는 우리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서 애를 쓸 것입니다. 한 주간을 사는 동안 믿음의 이정표가 되도록 준비할 것입니다. 포어 예배와 ‘둘이 하나’ 칼럼도 수준을 높이도록 촉구할 것입니다.
이왕 김성일 집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씀 한마디만 보탤게요. 그동안 주보와 표지들을 프린트하고 아담한 액자에다 넣어서 전시회 한번 안 될까요? 개인소장 가치 있는 것은 나눠도 드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