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의 복음자리 이야기)유옥순 권사님의 가을 동화
2020/10/16 09:39 입력  |  조회수 :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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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한국의 가을이 생각납니다. 추석 전후에는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매직이 다 통합니다. 모든 것이 풍성해서 너나할 것 없이 서로 나눠주고 퍼주고 아까운 것 없이 나누고 삽니다. 적어도 권사님과 제가 믿음 생활하던 강화도 영은교회는 그랬습니다. 처음 수확하는 것들은 어김없이 새벽공기를 맞으며 혹은 밭에서 집으로 가는 시간의 저녁 석양을 맞으며 사택 문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농촌교회 사택의 사계절 풍경
 “목사님, 변변치 않지만 한번 잡숴보라고 가져왔시다” 집에 가셔서 전화를 주셔야 누가 가져다 놨는지 아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권사님 네, ‘달 뵈기’ 내리닫이 밭은 참 기름집니다. 밭에 자질구레한 밭돌도 없습니다. 권사님이 부지런하셔서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다 골라내서 담돌로 쓰기도 하고 밭 한쪽에 돌무더기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밭모퉁이 재래종 감나무는 어른 키 댓 명 높이입니다. 가을에는 다닥다닥 많이 열기도합니다.
 요즘은 귀찮아서 누가 따지도 않고 너무 익어 떨어진 연시 몇 개 주워 먹을 정도로 풍요롭습니다. 그 주변에는 김장 무와 배추를 심었습니다. 강화도에는 순무가 유명해서 순무고랑도 그 밭에 있습니다. 김장파, 청갓, 고추, 콩, 팥, 녹두, 동부까지 다 그 달 뵈기 내리닫이 밭에 있습니다. 권사님 집에서 살짝 언덕을 넘어 교회 오는 길 왼쪽 밭이 권사님의 일터이고 놀이터입니다. 생각만 해도 그립습니다. 10월 말이면 김장배추와 무 그리고 각종 김장 부속물들을 갈무리해서 김장 하는 날을 정합니다. 품앗이로 돌아가면서 날을 받고 살림이 적거나 도시에 나간 자녀들이 없는 경우에는 하루 두 집 김장을 하기도 합니다. 짬짜미로 품앗이 하는 몇 집 이웃 구릅들이 있잖습니까?
 권사님은 이맘때 벌써 사발통문 광고를 하시잖아요! 교회 김장은 언제 할 거냐? 교회김장 날짜를 우선 정해서 입을 맞추면 품앗이 순서가 정해집니다. 여선교회의 교회 김장행사는 목사 사택과 공동식사를 위한 아주 중요한 결정입니다. 이렇게 날이 정해지면 목사는 교회 마당 비닐하우스 안에 멍석을 폅니다. 그 멍석에는 배추 무 순무 갓 김장파 등등이 풍성하게 쌓입니다. 그때 맞춰 권사님은 “원로목사님들은 언제 오시꺄?”하고 자꾸 되묻습니다. 권사님의 속 꿍꿍이를 아는 저는 원로목사님들과 함께 주일 예배를 드리고 달 뵈기 권사님 밭으로 승용차를 이동합니다.
 원로목사님들까지 섬기는 나눔 신앙
 그날 오신 원로 목사님들이 트렁크를 열고 미리 뽑아놓은 무와 배추 파와 양념거리를 싣습니다. “변변히 잡술 건 없지만 김장에 보태세요.” 유권사님의 겸손은 변변찮다, 잡술 것도 없다 등등 당신을 가장 낮은 자리로 옮겨 놔야 직성이 풀리니 어쩝니까? 그럼 저는 원로목사님 중 한분에게 밭에서 드리는 현장축복기도를 부탁합니다. 감자밭, 옥수수밭, 속노란고구마 그리고 김장철 기도를 드리면 일 년 농사가 끝입니다. 특별히 ‘거래 밭’의 속노란 고구마는 서울 이화외고 학생들의 현장학습지로 유명했습니다. 매년 한 학년 학생들이 강화도 역사탐방을 하고 마지막 코스가 현장체험학습입니다. 강화농업기술센터 농기구 지원센터에 부탁을 해서 호미를 밭에 오는 학생 수만큼 준비하고 5킬로 들이 자루를 준비했다가 나눠주면 고구마 넝쿨을 미리 잘라놓은 밭으로 들어가서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며 한 자루를 다 채우고 나서야 호미를 반납합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가족들과 함께 나눌 생각으로 벌써 싱글벙글 입니다.  팔십 후반의 농업인 유권사님이 고구마 남의 손 빌어 캐고 고구마 값까지 후하게 쳐서 받는 날입니다. 유권사님, 금년에도 이런 가을 동화를 계속 쓰고 계시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한국의 가을, 저희 모친 뵙고 싶은 만큼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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