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예수님의 제자들이 떠난 교회에서 리더쉽을 발휘한 사람들을 ‘교부’라고 부릅니다. 교회의 아버지라는 의미로 교부(Father of the church)라고 부르는 이들은 교회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성장하고 있었고, 교리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 이단들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였습니다. 그들은 신실하게 교회를 지켰습니다. 이들 중 예수님 제자들에게 직접 배워서 속사도 교부(Apostolic Father)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표적 속사도 교부는 이그나티우스와 폴리갑입니다.

 두 사람은 사도 요한의 제자들이고, 두 사람 모두 순교를 했습니다. 이그나티우스는 시리아의 안디옥 교회를 목회했고, 폴리갑은 아시아의 서머나에서 목회했습니다. 전해지는 기록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알았고 서로를 존중했습니다.

 이그나티우스의 순교 과정에는 훗날 가미된 전설도 있겠지만, 로마로 압송되는 도중에 그가 쓴 일곱 서신들, 곧 에베소, 마그네시아, 트랄레스, 로마, 빌라델비아, 서머나 교회에 보내는 편지들과 폴리캅에게 보내는 편지들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이그나티우스가 남긴 서신들의 진위에 대하여는 학자들의 큰 이견(異見)이 없이 이그나티우스 작품으로 인정합니다. 이그나티우스의 일곱 서신은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시고 85년이 지난 시기의 교회 조직과 성도들의 신앙과 실천들을 조명하는 기록들이라는 점에서 귀한 문서들로 인정받습니다.

 순교를 위해 로마로 압송되어 가는 안디옥의 이그나티우스 감독의 여정은 로마로 가는 사도 바울의 모습을 연상하게 합니다. 셀루치아 항에서 배를 탄 그와 압송단은 로마로 직항하지 않고 소아시아 연안을 따라가면서 여러 곳을 거치며 이동합니다. 이 여정에서 이그나티우스는 집사 필로와 그의 순교 전기의 대필자로 여겨지는 친구 아가토푸스와 에베소교회 출신 부루스집사가 동행했습니다. 아울러 이그나티우스가 ‘열 마리 표범’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그를 잔인하게 다룬 10명의 군사가 그를 호송하였습니다.

 전승에 의하면 이그나티우스가 압송되어 로마에 도착한 날은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검투 경기 마지막 날이었다고 합니다. 그날은 승전한 군인들을 환영하는 축제의 날이었고 그 날에 이그나티우스의 사형을 집행함으로 황제의 권위를 만방에 알리려 했던 것입니다. 그를 죽이라는 황제의 명령을 받은 집정관은 사자 두 마리를 풀어 그를 물어뜯어 죽이게 했답니다. 이그나티우스의 사형에 대해서는 유세비우스, 오리겐 등이 한결같이 증언합니다.

 이그나티우스 일행이 머무는 곳곳마다 그 주변 지역 그리스도인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해당 지역 성도들은 그들을 뒷바라지하였고, 가까운 지역의 성도들은 순교하러 가는 이그나티우스 감독을 보고, 교제하며 격려하러 모여들었습니다. 이그나티우스와 그의 일행은 필라델피아, 서머나, 드로아 그리고 빌립보에 잠시 멈춘 후 로마에 입성합니다.

 서머나에 도착한 이그나티우스는 서머나 교회 성도들과 담임 목회자 폴리캅 감독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서머나를 출발한 이그나티우스 일행은 북쪽으로 이동해서 드로아에 잠시 머뭅니다. 이그나티우스는 드로아에 머물면서 필라델피아 교회와 서머나 교회에 편지를 쓰고, 폴리갑 감독에게 개인적인 편지를 씁니다.

 폴리갑 감독에게 보낸 편지는 8장 21절로 구성된 짧은 편지입니다. 아주 친밀한 관계가 느껴지는 편지입니다. 폴리갑 감독을 향한 이그나티우스감독의 사랑과 관심이 담겨 있습니다. 아울러 선배 목회자가 후배 목회자에게 보내는 목회 서신입니다. 이 편지를 읽노라면 목회자의 마음가짐과 목회자로의 부르심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서두에서 폴리갑에게 이 편지를 쓰는 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그나티우스는 폴리갑 감독을 하나님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를 주교(목회자)로 모시고 사는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1장에서 이그나티우스는 하나님을 향한 폴리갑의 마음을 ‘굳건한 바위 위에 선 듯하다고 인정해 줍니다.

 1장 2절부터 이그나티우스는 폴리갑에게 조언을 합니다. 아주 직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들입니다. 물론 영적인 삶을 위한 권면들과 목회자의 자질과 자세를 위한 권면들입니다. 그 조언들은 대부분 명령문입니다.

 영성을 위한 조언들는 인내(1:2), 기도(2:1), 분별력(1:3), 경성(1:3) 등등입니다. 목회 조언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2:1)는 권면입니다. 이그나티우스는 “착실한 제자들만 사랑하면 감독님은 아무런 칭찬도 받을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을 관용으로 다스리길 권합니다.

 이런 목회 조언들은 바울의 목회서신의 교훈과 유사점이 많은 것을 발견합니다. 예컨대 운동선수처럼 절제(2:3)와 인내(3:1)하라는 것이나 과부들을 잘 돌보라(4:1)는 등은 목회 서신과 일맥상통합니다.

 이그나티우스는 경험으로부터 실천적 교훈들을 남깁니다. 남종이나 여종을 멸시하지 말고(4:3), 신자들이 악한 직업을 갖지 않도록 설교하고(5:1), 아내를 사랑하라고 성도들에게 가르치라고(5:1) 권면합니다. 이그나티우스는 서머나 교회 성도들에게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들의 충실한 동역자가 되고 주님 군대의 군인으로 탈영병이 되지 않도록 하라(5:2)!’고 권면합니다.

 이그나티우스는 마지막으로 폴리갑에게 자신이 두고 가는 교회들에게 편지를 써달라고 부탁합니다. 자신이 떠난 후의 교회들에 영적 지도력을 발휘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또 이그나티우스는 에피트로포스 부인과 알케라는 성도를 언급하면서 안부를 전합니다.

 사형을 앞둔 이그나티우스는 폴리갑에게 유언과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목회와 영성개발에 필요한 조언들입니다. 이런 조언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신뢰와 사랑의 관계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고, 이런 조언들을 소화할 수 있는 폴리갑 감독의 영적 성숙과 건강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그나티우스는 역시 신실하고 탁월한 하나님의 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