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7살짜리 아들이 담배를 피운답니다. 가정교사는 아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소식을 근심스럽게 전하는데 아버지는 웃음이 나옵니다. 7살짜리 아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도무지 상상하니 실소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7살짜리 아들이 담배 피우는 모습이 도무지 상상이 안됩니다.
7살짜리 아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소식을 듣고도 실실 웃는 아빠는 지방 재판소에 근무하는 검사, 예브게니 페트로비치입니다. 가정교사를 보내고 혼자 방에 앉아서 아들 세료자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상상하니 또 웃음이 나옵니다. 그 진지했던 가정교사의 표정도 잊어버린 채, 혼자 웃고 있던 페트로비치는 자신의 어린 시절 담배 피우던 친구들을 떠올리고 정신이 화들짝 듭니다. 초등학교 시절 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자기 친구들은, 매질을 당했고, 퇴학도 당했고 그래서 인생이 망가졌습니다.
예브게니 페트로비치는 매우 교양 있고 인자하셨던 교장 선생님을 추억합니다. 그 교장 선생님은 담배를 피우는 학생을 보고 놀라서 창백해졌고, 즉시 비상 교사회의를 소집해 비행 학생의 퇴학조치를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퇴학당했던 학생들의 망가진 삶을 생각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저녁 시간을 보내는데 2층에서 소란스럽습니다.
가정교사와 아들 세료자가 2층에서 나누는 대화 소리가 들립니다. 가정교사는 세료자에게 아빠가 왔다며 아빠가 하실 말씀이 있으실 같으니 아빠에게 가 보라고 말합니다. 이는 7살 세료자가 담배를 피운 것을 알게 된 예브게니 페트로비치가 아버지로서 할 얘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가정교사가 아들 세료자를 아빠에게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아들이 서재로 들어옵니다. 아들은 늘 하던 대로 달려와 아빠 품에 안기며 뽀뽀하려 하려고 합니다. 아빠는 7살짜리 아들에게 정색을 합니다. 뽀뽀하기 전에 할 말이 있다며 아빠가 화난 것과 이제는 아빠가 더 이상 세료자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7살짜리답지 않게 어깨를 들썩하더니 “제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라고 반문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아빠를 실망시킬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합니다.
예브게니 페트로비치 검사는 7살 아들에게 담배를 피운 사실을 묻습니다. “아들아! 너 담배 피우니?” 아빠의 질문에 7살짜리 아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대답합니다. “예, 한번 피워 봤어요!” 아빠는 웃음이 터지지만 애써 감추고 “이것 봐라! 거짓말까지 하는구나.”라고 짐짓 엄하게 말합니다.
7살짜리 아들의 천연덕스러운 거짓말에 웃음이 나오지만 진지하게 말을 이어갑니다. 가정교사가 담배 피우는 것을 두 번 보았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아버지는 세 가지 죄를 지적합니다. 그 세 가지 죄는, 담배를 피운 것, 아빠 담배를 훔친 것, 그리고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들은 너무 순순히 그 사실들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아들은 심각하지 않습니다. 반성하는 기색도 미안한 기색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담배가 나쁘다는 것을 설득합니다. 담배의 해악을 설명하려고 담배 때문에 폐병에 걸려 일찍 죽은 아이의 삼촌을 언급합니다. 그랬더니 아이는 갑자기 화제를 삼촌에 관한 추억으로 돌려버립니다. 아이의 순수함에 아버지는 놀랍니다.
철없는 아들의 순수한 반응에 할 말을 잃습니다. 범법자를 다루는 검사지만 7살짜리 아들에 쩔쩔맵니다. 설득하려고 꺼내는 말마다 녀석의 페이스에 말려듭니다. 별 죄책감이 없는 어린 녀석을 혼내는 것도, 담배의 해악을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갑자기 옛날이야기를 해 달라고 떼를 씁니다. 할 수 없어서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줍니다.
“옛날 어떤 왕국에 늙은 왕이 아름다운 유리 궁전에 살았단다. 이 궁전에는 거대한 정원이 있었고, 정원에는 오렌지나무, 배나무 등과 온갖 꽃들이 있었고, 예쁜 새들이 노래하고 있었단다. 또 분수대가 있었단다. 분수대에 물이 솟으면 물기둥이 엄청나 분수대 옆 큰 버드나무 꼭대기 끝에 다다를 정도였단다.” 검사 아버지는 계속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늙은 왕에게는 왕국의 계승자인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있었단다. 그런데, 왕자는 너처럼 어렸는데 훌륭했단다. 왕자는 말도 잘 듣고, 변덕도 부리지 않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으로 생활했단다. 그리고 책상의 물건에 손도 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똑똑했단다. 그런데 그 왕자에게 한 가지 단점이 있었어, 그것은 담배를 피우는 거였어.”
7살짜리 아들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아버지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반응을 살피며 이야기를 맺습니다.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운 왕자는 스무 살 때 폐병으로 죽었어, 늙은 왕은 나라를 지키지 못했고, 나쁜 사람들이 쳐들어와서 왕을 죽이고 궁궐을 파괴 시키고 정원도 분수도 망쳐버렸단다.” 검사는 스스로 이런 이야기의 결말이 우스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생각에 잠겨 진지하게 얘기를 듣던 아들이 한숨을 쉬더니 낙담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을 거예요.” 녀석은 이렇게 싱겁게 승복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논리와 설득에도 꿈쩍도 하지 않던 녀석이 감동을 받은 것입니다. 철부지 녀석을 감동으로 굴복시킨 것입니다.
이상은 안톤 체홉의 “집에서”라는 작품의 줄거리입니다. 체홉은 순수한 아이 앞에서 무기력한 검사 아빠의 무능을 고발합니다. 그 아들의 변화를 이끈 것은 위협도 칼 같은 논리도 아니고 감동이었습니다. 아마 그 시절에도 힘만 자랑하는 검사들이나 권력자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요즘 나라마다 정치권이 시끄럽습니다. 대화도 설득도 없는 난장판입니다. 최근 한국 국회의 5분 발언이 회자(膾炙)되고 있습니다. 같은 편은 물론 국민도 반대편 국회의원들도 모두 그 연설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그 짧은 연설에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감동이 없는 세상에 던진 신선한 충격입니다. 우리는 지금 감동에 목마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