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사님, 이 괴질이 언제 끝이 날 것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모두가 불안하고 불안해서 한마디 한 것이 가짜 뉴스가 되고 사실이 왜곡되고 증폭되어 일파만파가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입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습니다.
 국가는 국가대로, 지방자치단체는 단체대로, 회사는 회사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나름대로 원칙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혼란스럽습니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손발이 안 맞는 게 브라질의 현실입니다. 기업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입니다. 그래서 가게들, 학교, 가정, 개인이 모두 따로따로 춤을 춥니다. 교회는 벌써 한 달째 영상예배를 드리고 있어서 목사는 교인이, 교우들은 교회가 궁금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목사는 그동안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못 읽었던 책들을 책꽂이에서 한 아름 빼서 책상에 올려놓고 한권씩 읽어갔습니다. 이 책은 아무개 집사님이 읽으시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면 책을 뽑아서 여러 경로로 전달하기도 합니다. 아내는 종일 부엌에 있습니다. 빵 굽는 일에 몰두하면서 전기오븐이 불이 날 정도입니다. 빵 굽기 전에 이건 아무개 집사님께 보낼 것이라고 선언을 할 때도 있습니다. 빵 굽는 사진을 찍어 한국의 처재에게 보냈더니 “언니가 빵처럼 빵빵해졌다”는 댓글을 달아 올렸습니다.
 더치커피와 빵을 들고 주재원 가족들이 많이 사는 깜비나스 알파빌에 간 어떤 집사님은 아이들 옷을 한보따리 들고 와서 선교사님들 자녀들에게 입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구해왔다고 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귀한 잡채와 몇 가지 음식을 더 해서 남자 아이만 셋이나 있는 선교사님 가정을 초청해서 아래 위 한 벌 혹은 윗옷만 따로 등 여러 조합을 생각하면서 푸짐한 옷 잔치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옷은 선교지 아이들에게 입히라고 김 사모님에게 전권을 위임해서 보냈습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또 한 보따리는 딸 둘 아들 둘이 있는 선교사님에게 드리려고 따로 정리해놨다고 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이웃을
 유권사님, 이달치 한국의 기독교 잡지 <신앙세계>를 보니 각 나라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특집이 실렸습니다. 거기에는 제가 쓴 ‘브라질의 코로나 바이러스 19’에 대한 기사도 실렸더군요. 저는 이 와중에 밀린 숙제하기, 호흡이 긴 책 읽기, 영상예배 준비하기, 남미복음신문과 한국의 신앙세계에 원고쓰기 등등을 밀도 있게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이 사태로 힘이 든 성도들이 없나를 살피는 일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니 한 집에 있어도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식사시간을 빼고는 저는 서재에 아내는 부엌과 거실에 있으면서 대면할 겨를이 없습니다. 이곳의 한식당들은 와서 식사하는 것이 안 되는 상황이라서 주문하면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거나 가져가는 그런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갑니다. 한국공단의 자동차와 부품조달 회사들은 한국인 직원들만 교대로 출근해서 정상가동할 때를 준비하고 브라질 직원들은 쉬고 있습니다. 마트에 가면 한둘씩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고, 동양인에 대한 혐오는 더 깊어질 듯합니다. 엊그제는 주 브라질 한국영사가 이 사태에 대한 한국교민들의 주의사항을 다시 한 번 당부하는 문자들이 여기저기 매체마다 실렸습니다. 한국인 아파트에 강도들이 침입했다는 불길한 소식이 들립니다.
 유권사님,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게 마련입니다. 저는 이번 주에도 빵을 굽고 말씀을 준비하고 커피를 나누면서 교인들에게 고난의 시기, 힘든 시기에 옆 사람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자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온 교우들이 주님만 바라보고 기도하며 말씀을 깊이 묵상하면서 이 난국을 극복해 나갈 것을 간곡히 권면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