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월요일에 나는 이마트에 가서 우유 한 통을 사갖고 상점 문 입구를 막 나오는데 뒤에서 “잠깐만요”하며 여자직원이 “영수증 좀 보여 주시겠어요?”하기에 보여주었더니 “감사합니다”하며 상점 안 으로 들어갔다. 아마 내 꼴이 그냥 우유를 가지고 나온 사람 같이 보였나보다. 나는 우유를 손에 들고 집으로 오면서 예전에 미국에서 사랑의 초대와 노방 전도 할 때 비슷한 경험이 생각나 여기 적어본다.
 미국에서 교회를 섬길 때, 매달 세 번째 토요일에는 집이 없이 길거리에서 생활하는(홈리스 피플) 사람들에게 음식과 생필품을 나누어 주고 복음을 전하는 사랑의 초대를 하였다. 사랑의 초대에 봉사하는 날은 우선 그 장소에 맞는 복장을 입고 나가는 것이 그들과 함께 동화되기 쉬워 옷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좀 어둡고 허름한 옷을 입고 나갔다. 한 번은 사랑의 초대를 마치고 집으로 오다가 갑자기 햄버거가 먹고 싶어 버거킹에 차를 파킹시킨 후, 그곳으로 들어가서 햄버거 두 개와 후렌치 후라이 2개 값을 계산해 보니 동전이 맞을 것도 같고 모자랄 것도 같아 손에 동전을 가득 쥐고 세기 시작했다. 5전, 10전, 25전 그렇게 세고 있었는데 왠 할머니 한 분이 와서 나를 보고는 “돈이 모자라느냐 나에게 동전이 있다”고 하기에 내가 괜찮다고 하니 옆에서 떠나지를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아무래도 동전으로는 모자랄 것 같아 비자카드로 지불하고 햄버거가 나올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가 옆에 와서 “미안하다”고 인사를 하는 것이다. 자기는 내가 동전만 갖고 있는 줄 알고 도와주려고 그랬다는 것이다. 내가 입은 옷을 보니 영락없이 홈리스 피플 같아 보인 것이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 국문학자들과 자주 만남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 중 몇 사람은 세상 유행과 상관없이 자기들의 멋을 지니고 사는 분들이 있었다. 동국대학교 국문학 교수인 이병주 박사는 항상 빵떡모자에 보자기에 책들을 싸가지고는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모습이었고, 서울여자대학교 김해성 박사는 맞선을 100여번 보고서 50이 가까워 늦게 장가를 들었지만 다 떨어져가는 큰 가죽 가방을 들고 다니는 모습하며 모두가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한 눈 안 팔고 살아가는 멋들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내가 한국 해외개발공사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때, 중역들은 거의 모자들을 많이 쓰고 다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사장이 모자를 늘 쓰고 다니면서 모자 쓴 사람에게 관심이 많자 너도 나도 모자를 쓰는 유행의 바람이 불어 닥친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모자는 안 보이고 대신 파이프 담배를 물고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는 것이었다. 한 번은 훈련원장 방에 갔더니 책상 위에 여러 개의 파이프가 눈에 띄었다. 돈도 꽤 투자를 한 것 같다. 나는 “아니 왠 난데없이 파이프 담배 유행입니까?”했더니 원장 말이 “외무부 차관을 지낸 서임수라는 분이 새로 사장으로 왔는데 그 분은 영국에서 공부를 한 직업 외교관에다 풍채도 좋고 인격도 잘 갖추어진 분으로, 파이프 담배를 항상 들고 공사를 한 번 순시하면 사무실 안에 향긋한 냄새와 함께 그 매력으로 여직원들의 뜨거운 눈총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장의 영향으로 파이프 담배 피는 유행이 공사 안에 번지는데 그것도 부장 이상이나 흉내를 낼 수 있지 아무리 유행을 따르고 싶어도 낮은 지위는 안 되지요”하면서 나에게 “이 교수님도 파이프 담배 한 번 피워보세요. 어울릴 것 같은데요” 그래서 내가 “아니, 그럼 다음 사장이 골프 치는 유행을 갖고 오면 너도 나도 골프장으로 몰려들 것 아닙니까”했더니 “할 수 없지요. 목구멍이 포도청인데요”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너무 값싸게 던져 버린다는 쓸씀함이 있었다.
 우리는 사람의 인격을 아는 몇 가지 기준이 있지만 그 중 한 가지는 그 사람이 입는 복장이나 장신구나 화장 등에서 사람의 됨됨이와 성격을 알 수 있다.  특히 크리스천은 옷을 가려서 입어야 한다. 너무 요란한 옷이나 남의 시선을 끄는 장신구나 사치한 치장들은 삼가는 것이 은혜가 된다. 남성보다 여성들의 잔정한 옷차림과 은은하게 풍기는 화장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게 보인다. 여성은 여성답게 남성은 남성답게 복장을 입는 것이 성경에서 가르치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교회 올 때는 “외모를 잘 꾸미고 옷도 맞추어서 입고 나오라”고 하면 하나님은 삼상 16:7에서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하셧으니 “외모보다 중심이 중요하지요”하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말은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 말씀의 뜻은 하나님은 “중심도 보시고 외모도 보신다”는 뜻이다. 그래서 크리스천은 유행만  따라 살지 말고 성경말씀 안에서 자기 만의 멋이 있어야 한다.